지구 온난화를 겪고 있는데 왜 겨울은 더 추워질까?

매년 겨울마다 우리는 ‘기록적인 한파’나 ‘이상 한파’와 같은 말들을 자주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지구는 날로 더워진다고 하는데 왜 겨울은 추워질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름 일리있는 말이다. 말그대로 지구 전체가 날로 더워지니 추운 겨울 역시 더 포근한 날씨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꽤나 앞뒤가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실제로 겨울은 더욱 추워지는가? 이 칼럼을 통해 그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1월 마다 들리는 말이 ‘기록적인 한파’나 ‘이상 한파’와 같은 말들이다. 추운 겨울을 겪으면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떠올리고 이러한 연상은 다시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라니’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의아함은 사실 ‘지구온난화’라는 말 자체가 주는 느낌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지구 전체가 더워진다는 뜻이니 추운 겨울 역시 더 포근한 날씨로 바뀌어 마땅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전혀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구의 기온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100년간 세계의 평균 기온은 0.74℃ 상승했고 특히 최근 50년 사이의 기온상승은 전체 추세의 2배에 달한다. 최근으로 가까워질수록 평균기온은 가파르게 올라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걸핏하면 세계평균기온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더 심각하다. 세계평균기온이 0.74℃ 오르는 동안 우리는 그 두 배 이상인 1.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가 이렇듯 명백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듯 폭설과 한파가 나타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해빙은 태양빛의 80%~90%를 반사하여 북극의 차가운 기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북극지방의 평균기온 증가율은 지구평균보다 약 2배나 높고 최근엔 북극권의 여름 기온이 1,80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급속한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 작년 9월의 경우 북극해빙의 면적은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빙하보다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는 바닷물의 면적이 넓어져 결과적으로 북극을 덥히게 된다. 이렇게 ‘열 받은’ 북극의 기압이 높아지면 고위도지역과 우리나라가 있는 중위도지역 사이의 기압 균형이 깨지게 된다. 기압의 불균형으로 찬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내려와서 겨울은 더욱더 추워지는 것이다. 북극의 한기를 가진 제트기류가 고위도, 저위도로의 이동을 반복하는 현상을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극진동’ 현상이 강하면 한기(寒氣)는 고위도에 축적되는 경향이 강해져 중위도로 남하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북극진동이 약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혹한과 한파를 겪게 된 것이다.

 
‘라니냐’현상 역시 북극진동과 함께 또 다른 원인으로 주목된다. 라니냐는 페루 앞 바다, 즉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0.5℃이상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태평양의 해류와 기압골, 기류가 바뀌고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인 필리핀 앞 바다 서태평양 지역에는 비를 많이 머금고 있는 적란운의 형성이 잦아져서 평소보다 많은 비와 태풍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라니냐가 일어날 경우, 태평양 서안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많은 비와 태풍,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의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라니냐 현상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잦아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잦은 한파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 이라고 믿기는 어려워질듯 하다.

너무 빠른 온난화로 과잉된 열이 점점 쌓이고 그 열들이 모여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어 낸다. 이를 해소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분출해야 하고 해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거나 강도가 높아진 태풍, 폭염, 한파, 폭설 등과 같은 ‘이상기후현상’, 또는 ‘기상이변’이다. 갖가지 기상이변 현상들은 어찌 보면 지구가 나름대로 에너지 균형을 맞추려는 몸짓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에너지는 기후자체의 불안정성을 야기시키고 기후의 큰 변화폭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폭염과 한파, 가뭄과 폭우와 같이 극단적인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이른바 ‘기후양극화’현상이 지구온난화의 본질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한여름의 극심한 폭염, 폭우, 가뭄과 겨울의 한파와 폭설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2012년 이상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우리나라 전국이 이상기후 영향권에 속해 있었고 유례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다양하게 발생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러한 기후의 ‘불안정성’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모두가 알 듯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산업혁명시대 이후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대기에 온실가스농도가 높아지고 지구 평균기온을 오르게 한 인위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맥락이 강하다. 이것은 결국 문제의 해결이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배출량 세계 7위, 2009년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9 톤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3배나 높은 독일, 일본, 영국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나라 국민들은 전지구적인 대응이 필요한 기후변화문제에 세계시민으로서 책임져야할 의무와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하는 이유는 ‘기후의 문화사’를 쓴 볼프강 베링어 교수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관점을 빌려 말하듯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에 주어진 도전이다. 우리의 응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세계의 번영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안녕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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