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 스님(서울 법련사 주지)
새 학기가 되었다.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생각하면 봄이 쉽게 올 것 같지 않더니 다시 또 한 번의 계절을 만난다. 매일 새벽 예불을 마치고 삼청공원을 돌아오는 한 시간 가량의 산책길에도 겨우내 눈에 띄지 않던 사람들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특히 반가운건 강아지다. 그 조그만 게 긴 겨울의 추위를 어떻게 지냈는지, 날이 풀려 좋다는 듯 주인을 따라 잘도 걷는다. 요즘 만나는 강아지 가족 두 마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안녕!”하고 인사를 해도 도통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걷는 듯 뛰는 듯 바쁘기만 하다. 문득, 잘생긴 슈나우저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 멋진 녀석은 공원에서 마주칠 때마다 내 주위를 킁킁대며 한 바퀴 돌고 가곤 했었다.

난 지난 가을학기까지 10년 공부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겨울을 맞으면서 무척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동안 사놓은 채 미처 읽지 못했던 책을 보거나, 나른하게 밤 깊도록 하루끼의 소설도 읽으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학교에서 강의를 맡으라는 연락이 왔다. 그것은 과분하게 전공과목(간화선 실습)에 ‘자아와 명상’ 기초교양 하나가 더 붙여진 것이었다. 두 과목의 강의준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강의용 PPT 작업, 그리고 새해를 맞아 분주한 우리 절 행사까지 더해 정신없이 겨울을 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그 동안 정진했던 공부의 정리, 곧 만나게 될 젊은 학우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덩어리 같은 머릿속에도 봄바람이 들고 났다. 난 두 가지의 관점에서 수업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하나는 배움의 즐거움, 다른 하나는 생각의 자유이다. 배움의 즐거움은 대학생활의 가장 큰 가치여야 한다. 대학교는 모든 선택이 자유의지 속에서 진행되고 존중받는다. 대신 그만큼의 책임감도 가져야한다. 배움의 즐거움이 그 어떤 유혹과도 거래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생각의 자유인데, 이는 그 어떤 선입견이나 자기고집에 얽매여 정신의 유연함을 잃거나 스스로의 생각에 구속되지 말라는 것이다. 동국대는 터가 좋아 남산의 맑은 공기가 머리를 청량하게 하는 곳이다. 이제 공부 속에서 길을 잃어버려라! 그러면 공부가 나를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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