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처음으로 간행되는… 비극적 예술 작품극치

장문평 역

  ○…天才(천재) ‘카프카’는 완벽하게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그 자신의 엄청난 絶望(절망)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런던ㆍ타임즈’ 誌文藝附錄(지문예부록)의 書評(서평)담당자는 1969년 중 우선 독일에서 單行本(단행본)으로 출판된 ‘카프카‘의 戀文集(연문집)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赤裸裸(적나라)하고 차겁게 빛나며 心理上(심리상)의 ‘뉘앙스’에 정확하고 史上(사상) 그 類例(유례)가 없는 獨逸散文(독일산문)이 여기 있다. 사실상 이것은 現代文學史(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처절한 책이요 가장 절망적인 것이 담긴 책이다.” 그가 이렇게 소개한 ‘프란츠ㆍ카프카’의 戀文集(연문집)은 ‘카프카’가 29세 때(1912) ‘프라하’에서 우연히 만났던 젊은 ‘베를린’ 여자 ‘펠리케ㆍ바우어’양에게 보낸 戀文(연문)들을 모은 것으로 방금 ‘유럽’에서는 “悲劇的(비극적)인 예술 작품의 極致(극치)”라고 호평되고 있다. 그 두 사람이 교제한 기간은 1912년에서 1917년까지 6년간. 그것은 충돌의 연속이었다. ‘런던ㆍ타임즈’의 書評(서평)담당자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톨스토이’에 대한 ‘고리키’의 유명한 찬사를 뒤접어 써 본다면) ‘카프카’의 戀文(연문)은 地上(지상)의 現代(현대)에서 ‘카프카’가 가졌던 人生(인생)이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인간을 迷兒(미아)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以上(이상)은 문제의 戀文(연문)들을 우선 2편만을 구해서 美國(미국)에 최초로 소개한 ‘애틀라스’誌(지)편집자의 註解(주해). ‘카프카’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된 작가이니만큼 ‘애틀라스’誌(지)를 입수한 김에 여기 紙面(지면)에 抄譯(초역) 소개한다.…○

  1912年(년) 11月(월)1日(일)
  사랑하는 ‘플라울라인ㆍ펠리케’에게……내 인생은, 대개 실패로 끝난 著作(저작)에의 沒頭(몰두), 그것은 全部(전부)이고 또 언제나 그것으로 全部(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執筆(집필)하지 않을 때의 저는 마룻바닥에 쓰러져있는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精力(정력)은 언제나 딱할 이만큼 弱(약)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적에도 저는 제 정력을 너무 여러 가지 일에 낭비하였다는 것을 곧 알게 되어, 장차 저의 주요목적(著作(저작))에 대비하기 위하여 될수록 활동을 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한심하게도 저는 稅吏(세이)이므로, 오늘과 같은 공휴일에도 이집 저집을 찾아다니는 등 휴식을 취할 수 없으므로) 일이 제힘에 너무 벅차서 저는 자동적으로 고통스럽고 초라하고 아주 허약한 상태로 부득이 되돌아가고 마는데 저를 한때나마 불행하게 하는 이런 사실이 결과적으로는 저에게 自信(자신)같은 것을 갖게 했다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발견해야 할이지 알 수가 없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제가 가서 꽤 生活(생활)할만한 그런 다행한 법(星(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 다른 일들뿐만 아니라 著作(저작) 때문에 제가 감내해야했던 犧牲(희생)의 자세한 목록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대개 저작에 의한 희생들이었다기보다는 著作(저작)하기 위해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損失(손실)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허약합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더라도 저는 가장 허약합니다. 그러므로 著作(저작) 관계에서는, 정확히 말해 “餘裕(여유)”라고 할 만한 것이 저에게는 전혀 없습니다. 만약에 저를 움직이고 싶어 하거나 저를 움직이는 어떤 강렬한 힘이 있다면, 저는 은총을 받고 있는 셈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니며, 무시한 無(무)의 세계에 감자기 내동댕이쳐질 것입니다. 지금 저는 당신에게 대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때문에 일부러 수면시간을 줄이고 있는데,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라고는 깨어있는 시간 중에서 불과 15분도 안 될 만큼 저는 늘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 밖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도 저의 著作(저작)과 관계되어 있으며, 執筆(집필)하지 않는 기간에도 저는 당신외의 딴 데로 생각을 돌리지는 못합니다…….
  놀라실 줄 압니다만, 執筆(집필)하는 동안에 당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때가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비로소 깨달았지만, 그렇다 해도 당신은 지금 저의 著作(저작)에 아주 깊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저는 요즘에 발견했습니다…….

  1917年(년) 9月(월)30日(일)
  아니 10月(월)1日(일) ‘쥐라우’에서, …당신이 알고 계신 것처럼 저의 내부에서는 두 가지가 투쟁중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에 저는 그 두 가지 중 좀 더 나은 쪽이 당신한데 속한다는데 대해서는 거의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言語(언어)와 沈黙(침묵)및 이 兩者(양자)의 結合(결합)에 의해서, 지나간 5년간에 당신은 투쟁의 진전 상태를 소상히 아실 수 있었으며, 그것은 언제나 당신을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네가 언제나 진실했었느냐고 저한테 물으신다면, 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보다도 당신과의 관계에서 저는 훨씬 더 고의적인 거짓을 스스로 삼갔다고 답변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단, 거짓은 거의 없었어도, 이렇게 “거짓은 거의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遁辭(둔사)랄 것은 있었습니다. 저는 거짓말을 하는데 능란한 놈입니다. 저로서는, 거짓말을 능란하게 한다는 것이 곧 저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입니다.
  제가 최후의 목적을 생각하고 있을 때는 사실상 至高(지고)한 것을 동경하지 않고 있다는 게 드러납니다. 말하자면 그와 정반대, 제가 굳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全人性(전인성) 및 動物社會(동물사회)인데 그들의 主要嗜好(주요기호)ㆍ욕망 및 道德的(도덕적) 理念(이념)을 알아내어 그들을 단순한 법칙에 적용시키고 또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도록 가능한 한 빨리 이 법칙들을 借用(차용)하기 위해서 인데 결과적으로는 하燒(소)될 수 없는 罪人(죄인)일뿐인 世界(세계)의 눈앞에서 저는 이 세계에 대한 애정을 상실하지 않은 채 저의 타고난 비열한 마음을 공공연히 전시한다는 것을 무척 즐기는 셈이 됩니다.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저의 유일한 관심사는 人間審判官(인간심판관)인데 저는 이것마저 속이고 싶어 하며 실제적인 속임수 없이 그러고 싶다는 거야 두말할 것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것은 독단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아주 상징적인 것입니다. 당신은 저의 人間審判官(인간심판관)입니다.
  저의 내부에서 투쟁 상태에 있는 것 두 가지, 아니 저를 구성하고 있는 투쟁을 전개 중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그 두 가지 중 하나는 善(선)이며, 다른 하나는 惡(악)입니다. 때때로 이 두 가지는 각자의 역할을 바꾸어, 鬪爭(투쟁)의 혼란상태를 더욱 혼란하게 합니다. 그러나, 善(선)과 惡(악)의 그런 逆轉(역전)에도 불구하고(永遠(영원)한 鬪爭(투쟁)이 될) 가장 不可能(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는 때가 최근까지 누차 있었는데, 그것은 항상 찬란한 목표인 것 같이 생각되어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가련해졌고 드디어는 당신을 소유하기로 작정하게 되었습니다.
  한데 갑자기 생명의 손실이 너무 컸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신을 획득하기 위해서 지금은 우리에게 善(선)한 듯한 것에 의해 소모된 생명은, 惡(악)한 것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惡(악)한 것이 自衛上(자위상)의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 못한 때 善(선)한 것은 바로 그것을 제공해 줍니다. 이건 저 혼자의 생각입니다만, 저는 이 病(병)을 結核(결핵)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저의 破滅(파멸)을 암시하는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투쟁이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마는, 이것은 오래 계속되지 못합니다. 생명의 피는 심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전투원 중 한쪽이 가한 決定打(결정타)에 의해서 나옵니다. 이제 저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투쟁’은 이미 가장 찬란한 종말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結核(결핵)이고, 종말입니다….
  이제 저는 당신한테 한 가지 비밀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再起(재기)하지 못할 겁니다. 저를 病床(병상)에 눕게 하는 結核(결핵)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로 필요한 생명력이 이미 소멸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