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리더십은 자아실현 추구해야

기업과 대학의 리더십에는 차이점 존재

최근 들어 대학들이 다투어 리더십 센터를 설립하고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사회가 드디어 리더의 능력과 자질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하여 좋은 징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단계에서 현재 우리사회에 일고 있는 리더십 열풍의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한 집단(그것은 국가일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고, 대학일 수도 있다)의 성공과 실패를 지나치게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 않은지? 한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의 리더십은 그 집단 구성원의 팔로십과 동전의 양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시대가 바뀌면 리더십의 특성도 변한다. 왕조시대의 왕이 갖추어야 할 능력과 덕목이 민주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의 능력과 덕목과 같을 리 없다.

또한 동일한 시대라 하더라도 집단이 다르면 리더십의 특성도 달라진다. 군 지휘관의 리더십이 기업 CEO의 리더십과 같을 리 없고, 또한 이들의 리더십이 대학의 리더십과 같을 리 없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시대와 사회에 따라 리더십의 특성이 달라지는 것은 집단 구성원의 팔로십의 변화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권리의식이 없었던 왕조사회에서 민주적 리더십이 나타날 리 없고, 높은 자존심과 굴복하지 않는 영혼으로 뭉친 집단에 독재자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을 빌어 현실의 리더십을 그것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의 수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생리적 욕구, 안전, 사랑과 소유욕을 기본수단으로 삼는 리더십이다.

이 욕구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본능에서 나온 것으로 이것이 충족되지 않고는 보다 인간적인 상위목표로 이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를 충족시켜주겠다는 유혹과 그것을 빼앗겠다는 위협, 그로부터 오는 두려움과 공포는 고래로 집단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어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존중과 인지, 완성과 진리에 대한 갈망이다. 또한 자아를 고양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끝없이 이를 자극하는 것을 기본수단으로 삼는 리더십이다.

우리는 이 리더십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을 플라톤의 철인 통치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플라톤이 그의 공화국에서 말하는 철인 지도자란 대중을 어둠에서 빛으로 그리고 무명에서 진리로 이끄는 자이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기업의 리더십과 대학의 리더십 간의 차이 일 수 있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40년 동안 미국 하버드 대학의 총장을 지낸 엘리오트는 후자의 좋은 예가 된다.

미국의 로스쿨제도, 중등교육과정, 그리고 대학입시제도 등이 그의 지도력 하에서 기본 골격이 짜여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업의 경영 원리를 대학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고를 물리친다. 대학의 교수들은 돈이 아니라 자존심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 부 권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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