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마지막 날, 올해도 어김없이 두 개의 수치가 경쟁하듯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남은 시간’과 ‘모자란 표수’. 촌각을 다투는 경기가 진행되고 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모자란 표수’가 먼저 카운트다운을 끝낼 수 있도록 열을 올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OO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한 O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투표하셨어요? 투표하고 가세요”
  이런 말들이 투표장 이곳저곳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26일 10시30분 투표가 마감됐고, 총 유권자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겨 제31대 총학생회 정ㆍ부회장이 선출됐다.
  저조한 투표율과 단독후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새로운 대표자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당당하게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즉, 구성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대표자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선거를 진행하고 스스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동악 곳곳에는 ‘총장낙점반대’, ‘근조 민주주의’, ‘동악의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라는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법인 이사회의 송석구 총장 재임결정 이후 동국의 구성원들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총장재선출을 주장하며 총장낙점 반대를 외쳤고, 그런 상황 속에서 여러 불행한 사태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결국 대표자가 구성원들로부터 합의되지 못한 즉,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못했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아이가 반장으로 지목됐지만 다른 아이들의 표정은 그를 대표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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