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에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재단의 일방적인 총장낙점과 함께 불교종합병원ㆍ일산 제3캠퍼스와 관련한 재정확보 방안 등 여기저기서 큰 문제들이 불거져 나와 ‘동국발전’을 내건 선거는 요즘 축제의 장이라기보다는,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처음 동악은 재단의 부당함에 대해 학내주체들이 모두 공감하고, 교수ㆍ학생ㆍ직원 3주체가 각각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등 민주화에 대한 열기로 후끈거렸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각 주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수회만의 총장직선제에 대해 당초 학내 제 주체들이 모두 참여할 것을 주장해오던 직원노조는 이에 유감을 표하며 농성을 해제했고, 학생들 또한 11월 3일 전면휴업 결의대회에서 보였던 열기는 사라진 채 선거유세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총장실 안에 있으면, 온통 학교가 투쟁의 열기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밖으로 나가보면….”이라는 야간강좌 한 학생의 말은 씁쓸함을 더해주기만 한다.

  지난 18일 학생회선거 유세장에서 “모든 동국인이 구교운동에 앞장서자”고 외치는 총학생회 후보자의 말은 최근 학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대변해준다. 나라가 어려울 때 벌였던 구국운동처럼, 학교가 어려울 때 벌이는 구교운동의 의미를 잘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내주체들이 서로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슬기로운 자세를 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동국의 장밋빛 미래는 외부에서 거저 가져다주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가뜩이나 대졸 취업난이 겹쳐 사람들이 더욱 몸을 움츠리며 종종 걸음으로 동악을 거닐고 있다. 풀어야 할 문제를 원만히 풀어가지 못하는 자조 섞인 한숨도 지나치면 우리가 진정 바라는 동국발전도 건너올 수 없는 강물이 될 수 있다.
  동악을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동국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동악의 겨울이 하루빨리 풀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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