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생존권 투쟁 도화선 역할 할 듯

  지난 8일 여의도 한강둔치에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 종교계, 학계, 학생 등 6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생존권사수, 재벌해체, IMF반대를 위한 98민중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민중의 힘으로 IMF를 극복하자’라는 뜻을 한데 모은 자리로 이후 진행될 민중들의 생존권 보장 투쟁에 있어 하나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IMF체제이후 민중들의 기본 생존권은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은 더욱 어려워진 사회여건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으며, 대학생들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자신의 졸업을 두려워하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경우,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시작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 등으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수천명에 이르는 노숙자들이 대부분 실직자임을 감안할 때,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는 현 시기 우리사회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농민 또한 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할수록 늘어가는 것은 보람이 아니라 빚더미뿐이다’라는 대회자의 구호처럼 농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작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농자재 값과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 그리고 제자리에 멈춰있는 정부의 지원 대책은 1년 동안 정성들여 기른 농산물을 스스로 갈아엎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빈민들은 기본 주거권마저 보장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도원동의 철거민들은 벌써 몇 달째 용산구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과 수원시 권선 4지구 주민들은 정부의 공권력과 용역깡패들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상황이다.

  이러한 민중들의 기본권 문제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문제는 종교계, 학계를 비롯해서 학생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거의 취업포기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들의 미취업 문제는 사상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전망이며, 이미 대학가에서는 대학생 실업문제가 학생운동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열린 이번 민중대회는 민중생존권 문제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투쟁에 대해 공유와 연대를 모색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홍근수(향린교회) 목사는 전경련회관 앞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서민의 눈물을 닦아준다던 국민의 정부는 어디로 갔느냐”며 “지금이라도 이 난국을 타개할 자신이 없으면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를 여기 모인 바로 우리 민중들에게 비워주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매년 열리던 노동자대회와 시기를 같이 해 열린 이번 민중대회는 12월에 열릴 2차 민중대회를 기약하면서 막을 내렸지만, 이후 진행될 민중들의 투쟁을 강력하게 이끌 초석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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