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동대문학상 시부문 본상 가작] - 김보라(국어국문1)

▲김보라(국어국문1)

 학교와 반대방향, 발을 내딛는 대로 비탈진 길은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언니를 걷고 있지 딱딱한 구름의 계단을 오르면 얼굴이 붉어지는 동백숲에 사라진 언니의 신발 한 짝이 벗어져 있어 볕이 들지 않는 열아홉, 언니의 치맛자락에 꽃잎 포개어지고 발목 없는 삭정이들 바람을 붙들어 목에다 두르면 어느덧 겨울 머리카락까지 꼭꼭 숨긴 푸른색 그늘에 꽝꽝 얼어있는 빗소리 술래가 되어 언니를 불러 길 잃은 다람쥐가 길을 묻는 길목에 어느새 한 그루의 나무가 된 언니, 꼬리를 살랑이는 그림자가 새벽을 뛰어 넘으면 새록새록 젖은 언니의 눈망울에 잘 익은 청춘이 토도독 눈을 떠 별들은 빛을 뻗어 아득히 먼 집을 움켜쥐고 시간을 뒤집어 놓은 바위는 무덤의 형상으로 굳어있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상이란 테가 더 촘촘해지는 일 언니의 열아홉이 고스란히 뿌리내린 동백숲에 세상에서 가장 붉은 꽃이 되어보는 언니, 오늘은 꽃잎이 허공 가득 흐드러지는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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