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동대문학상 소설부문 본상 장원] - 신수엽(문예창작4)

 

▲신수엽(문예창작4)

Sequence 1. Circus
외줄타기 묘기가 끝나자 곧이어 한 무리의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무용수들이 쥔 막대 위로 접시가 돌고 있었다. 수 십 개의 접시가 공중에서 회전했다. 처음 보는 진귀한 묘기에 제시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용수들이 퇴장하는 동안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메라 앞에 선 원장이 기자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공연을 자주 보여줘요. 모두 다 사랑하는 제 아이들이죠. 원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장내가 어두워졌다. 무대 중앙으로 조명이 비췄다. 키가 큰 광대가 서있었다. 광대는 백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광대가 연기를 시작했다. 광대는 과장된 몸짓으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무대를 누비다 멈춰선 광대가 재빨리 팔뚝으로 얼굴을 훔쳤다. 하얀색 가면이 청색으로 바뀌었다.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현란하게 팔을 움직일 때마다 가면색이 바뀌었다. 가면이 바뀌면 가면에 그려진 표정도 바뀌었다. 백색에서 청색으로, 청색에서 적색으로. 우는 표정에서 웃는 표정으로, 웃는 표정에서 화를 내는 표정으로. 가면이 바뀔 때마다 박수가 터졌다. 제시는 홀린 듯 광대를 바라봤다. 어린 제시는 한 사람에게 그토록 많은 얼굴이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제시가 볼 수 있는 얼굴은 한정적이었다. 원장과 아이들은 늘 한 가지 얼굴과 표정만으로 제시를 바라봤다.

무대 뒤편에서 무용수들이 수레를 끌고 나왔다. 수레에는 불이 붙은 고리가 달려 있었다. 광대 주위로 고리가 놓였다. 이어서 조련사가 사자들을 이끌고 등장했다. 조련사가 채찍을 휘둘렀다. 신호에 맞춰 사자들이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음악이 점점 빨라지고 강렬해졌다. 광대의 움직임이 가빠졌다. 이제 가면은 눈을 깜빡이기 무섭게 바뀌었다. 사자들 중 한마리가 갑자기 고리 앞에서 멈췄다. 조련사가 채찍으로 신호를 줬지만 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슬렁거리며 제자리를 돌던 사자가 갑자기 뛰어올라 광대를 덮쳤다. 사자의 이빨이 광대의 안면을 파고들었다. 입을 다문 가면에서 고통에 찬 절규가 터져 나왔다. 광대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하얀 가면이 붉게 물들었다. 뒤이어 다른 사자들도 광대에게 달려들었다.

서커스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분장을 한 배우들이 모두 뛰쳐나왔다. 놀란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의 얼굴에 묘한 흥분이 서렸다. 비명은 마치 감탄에 젖어 지르는 환호성 같았다. 제시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극에 달한 묘기를 보는 것 같았다. 서커스장을 메운 공기가, 부유하는 탄내가, 고통과 경악이 담긴 표정이 제시를 매혹시켰다. 제시는 서커스장의 분위기에 묘한 일체감을 느꼈다. 제시는 아이들 사이에서 괴성을 질렀다. 제시의 입에선 비명과 환호가 뒤섞여 나왔다.

Sequence 2. Birth
천장에 붉은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 있었다. 조명이 비추는 좁은 복도를 중심으로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방들이 펼쳐져 있었다. 문을 대신한 반투명 차광막 안에선 호스티스와 사내들이 섹스를 했다. 절정에 이른 사내들은 몸부림치며 자신의 씨앗을 뿌렸다. 질척한 씨앗을 받아들인 여인들의 신음이 수십 갈래의 가지로 갈라져 복도를 메웠다.

르네는 복도 끝에 위치한 창고에 있었다. 청소도구와 다 쓴 콘돔이 널브러진 곳이었다. 르네가 입술을 깨물며 배를 움켜쥐었다. 산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여인들이 뱉는 신음에 맞춰 르네는 비명을 질렀다. 좁은 질 틈으로 아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숨을 참으며 힘을 주고, 비명을 지르는 일을 반복하며 르네는 생명처럼 잔인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내들의 씨를 받았다. 그때마다 르네는 숨을 헐떡이며 사내가 어서 절정에 이르기만 바랐다. 르네는 이 일도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일을 마치면 처음 사내를 받았을 때처럼 눈물을 쏟을 것이다. 아니면 입술을 질끈 깨물고 울음을 참을 지도 모른다.

제시가 태어났다. 르네는 힘겹게 제시를 품에 안았다. 제시의 두 다리에 핏기가 어렸다. 사타구니 사이로 갈라진 성기가 보였다. 숨을 뱉을 때마다 제시의 가슴이 오르내렸다. 제시는 한 손을 잔뜩 움켜쥐었고, 다른 한 손은 힘겹게 꾸물거렸다. 북받치는 울음을 느끼며 제시의 머리를 살펴보던 르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시의 머리는 일반적인 아이와는 달랐다. 머리 하나에 두 개의 얼굴이 각각 좌우로 비틀린 채 맞붙어 있었다. 오른편에 달린 미첼 제시는 태연하게 입을 이죽거리고 있었고 왼편의 미카엘 제시는 힘겹게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르네는 미첼처럼 덤덤한 표정을 지어야할지 미카엘을 따라 울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서럽게 통곡을 할 수도, 참을 수도 없었다. 르네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기괴한 표정으로 제시를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던 르네는 작부촌 관리자에게 머리채가 잡혀 끌려 나갔다. 만약 미첼이 울었다면 르네는 제시를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미카엘이 울지 않았더라면 르네는 제시를 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미첼과 미카엘이 어떻게 생겨먹었든 엄마는 미첼과 미카엘을 버렸을 거예요. 필요한건 변명뿐이었어요. 미첼과 미카엘은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몰라요. 관심도 없고요. 분명한 건 엄마가 미첼과 미카엘을 버렸단 사실이죠. 미첼은 단 한 번도 미카엘을 버린 적이 없어요. 그건 미카엘도 마찬가지였죠. 미첼과 미카엘은 항상 함께였어요. 한시도 떨어져본 적이 없죠. 미첼에겐 오직 미카엘, 미카엘뿐이었어요.

미카엘요? 당연히 미카엘에게도 미첼뿐이었죠.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메이트였어요. 모든 걸 공유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파트너였죠. 미첼은 눈을 감고도 미카엘이 보는 것을 온전히 볼 수 있었어요. 잠자리에서 미카엘이 먼저 잠들면 미첼은 미카엘이 꾸는 꿈을 떠올릴 수 있었죠. 누구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상관없었어요. 우리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Sequence 3. Incomprehensible thing
아침을 먹고 나면, 학교에 다니는 고아원 아이들은 모두 학교로 떠났다. 남은 아이들은 강당에 모여 교육용 비디오를 봤다. 평화로운 알파벳 나라에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은 사방으로 눈이 네 개나 달려있어 못 보는 곳이 없었다. 팔도 네 개나 달려 힘이 아주 셌다. 괴물은 작고 연약한 알파벳을 괴롭혔다. 괴물이 쳐들어 올 때마다 알파벳들은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쳤다. 괴물을 물리칠 때 큰 역할을 하는 알파벳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들은 괴물을 보며 분개했고, 알파벳들이 힘을 모아 괴물을 무찌를 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제시는 어째서 괴물이 매번 당하면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해서 알파벳 마을을 찾아오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시가 알파벳을 다 외웠을 무렵이었다. 원장은 제시 또래의 아이들에게 갖가지 일을 나눠주었다. 제시가 맡은 일은 빨래였다. 고아원에선 하루에도 수백 벌의 빨랫감이 생겼다. 아이들은 한 데 모인 빨랫감을 나눠들고 세탁실로 향했다. 해질 무렵이 되면 제시 역시 빨래통을 들었다. 제시에겐 두 사람 몫의 일이 주어졌다. 세탁기로 빨 수 없는 옷은 일일이 손으로 세탁해야 했다. 아이들이 빨랫줄에 옷가지를 널고 있을 때에도 제시는 조물거리며 옷을 헹궜다. 양이 너무 많아요. 미첼의 말에 원장이 답했다. 너흰 두 명이니 두 배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팔은 두 개 밖에 없는걸요. 원장은 양손으로 미첼과 미카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둘이서 재밌는 얘기를 나눠보렴.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야. 제시는 원장실을 나와 급식실로 향했다. 그날의 메뉴는 구운 베이컨과 우유로 반죽한 팬케이크였다. 팬케이크는 하나씩 배급됐다. 제시는 자신에게 팬케이크를 하나만 주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제시는 공터로 나갔다. 리더인 남자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풋볼을 하기 위해 편을 짜는 중이었다. 리더는 또래들 보다 한 뼘이 더 컸다. 성질이 사나워 제 맘에 들지 않으면 툭하면 아이들을 때렸다. 제시가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도 끼워줘. 아이들이 제시를 바라봤다. 아이들 중 한명이 말했다. 풋볼도 할 줄 모르잖아. 미첼이 답했다. 미카엘은 잘 못하지만 미첼은 잘 해. 재잘대던 아이들이 입을 닫았다. 아이들의 눈에 경멸이 서렸다. 리더가 나와 제시를 향해 말했다. 우린 괴물과 놀지 않아. 리더가 제시를 넘어뜨리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리더가 제시를 밟았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이 제시에게 침을 뱉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똑같은 가면을 씌운 것처럼 동일했다. 제시는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를 떠올렸다. 괴물은 제시가 아니었다. 제시는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 욕을 하지도 않았다. 제시는 자신에게 침을 뱉으며 괴물이라 부르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 제시가 열 살이 되었을 무렵, 새로운 일이 주어졌다. 어린 아기를 돌보는 일이었다. 제시는 두 명의 아기를 배정 받았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남은 아기에게 젖병을 물렸다. 젖병의 우유가 줄기도 전에 기저귀를 갈아입힌 아기가 울었다. 우유를 먹던 아기는 젖병을 뱉어내고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나란히 누워있는 두 아기가 동시에 울 때면 고막이 울릴 정도로 시끄러웠다. 제시는 귀를 틀어막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고아원을 나온 건 열 여섯살 때였어요. 고아원을 나오자 미카엘이 울기 시작했죠. 겁이나. 돌아가고 싶어. 미카엘이 흐느끼자 미첼도 기분이 우울해졌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어요. 금방 괜찮아질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카엘도 울음을 그치고 말했어요. 이젠 어떻게 하지.

우린 상점이 몰린 중심가로 갔어요.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었죠. 시내에 도착하니 허기가 몰려왔어요. 주머니엔 샌드위치 하나 정도 살 수 있는 돈 뿐이었죠. 근처에 보이는 패스트푸드점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어요. 메뉴판을 보고 가장 저렴한 샌드위치를 주문했죠. 샌드위치를 보던 미카엘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어요. 빵 사이로 짓눌린 토마토가 보였어요. 미카엘은 토마토알레르기가 있어요. 빼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허겁지겁 주문을 하는 바람에 깜빡한 거죠. 주머니에 남은 돈은 없는데 배는 고프고, 어쩔 수 없었지요. 미첼 혼자라도 먹는 수밖에요. 샌드위치를 먹자마자 미카엘이 괴로워하는 게 느껴졌어요. 미카엘이 괴로워하자 미첼도 힘들었어요. 온 몸에 두드러기가 솟았죠. 열이 오르고 숨이 가빠왔지만 허기가 채워지는 걸 느끼며 참았어요. 미카엘도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미첼이 샌드위치를 먹는 동안 꾹 참았죠. 배고픔이 가시자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이 몰려들었어요.

Sequence 4. Childhood
여덟 살이 되고 제시는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학교는 고아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학기가 시작되는 날 담임은 한 사람씩 교탁으로 불러 인사를 시켰다. 제시의 차례가 됐다. 제시가 교탁 앞에 섰다. 담임이 말했다. 제시는 우리와 조금 다른 특이한 친구에요. 여러분이 많이 챙겨주세요. 제시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반가워, 미첼 제시라고 해. 제시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반가워, 미카엘 제시라고 해.

학년이 올라가며 제시는 학교에 적응해 갔다. 미첼과 미카엘은 한 쌍의 팔과 한 쌍의 다리, 그리고 하나의 뇌를 공유했다. 하나의 육체를 공유했지만 미첼과 미카엘은 성향이 달랐다. 학교생활을 하며 차이는 도드라졌다. 미첼은 과학을 좋아했고 미카엘은 문학을 좋아했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미첼은 도전적이었다. 반면 미카엘은 내성적이었다. 둘은 서로의 취향을 존중했다. 미첼은 문학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미카엘이 좋아했기 때문에 아주 싫지는 않았다. 미카엘 역시 미첼이 또박또박 사람들에게 말을 할 때마다 부끄럽고 당황스러웠지만 구태여 미첼을 막지 않았다. 제시가 과학과 문학을 즐기는 동안 학생들도 각기 다른 것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성적이, 누군가에게는 주먹이, 노래가, 패션이 욕구의 대상이었다. 학생들은 특별해 지기 위해 커닝을 하고 공공의 적을 만들고 화장을 하고 도둑질을 했다.

비슷한 욕망을 지닌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등하교를 했다. 미첼과 미카엘은 항상 함께 학교를 오갔다. 학교를 오가는 동안 제시는 때때로 폭력을 당했다. 특별히 제시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때리는 아이는 언제나 있었고 맞는 아이도 언제나 있었다. 소심한 미카엘을 대신해 미첼은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 미첼이 울분을 참지 못할 땐 미카엘이 대신 울어주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제시에게 침을 뱉거나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욕설과 폭력을 대신해 제시가 받게 된 건 시선이었다. 사람들은 제시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제시는 말했다. 우리는 동시에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그랬다. 제시는 오른손으로 수학문제를 풀며 왼손으로 독후감을 썼다. 필기를 하며 공상을 했고 허밍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도 있었다. 허밍과 노래를 동시에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훨씬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제시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제시는 알파벳을 배우던 시절을 떠올렸다. 괴물은 거대해진 알파벳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괴물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수십 개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물리적인 힘과는 다른 폭력이었다. 변한 것은 폭력의 색깔뿐이었다. 제시는 특별한 것과 특이한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괴물은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제시는 영원히 괴물이었다. 제시는 동화 속의 어리석은 괴물이 되지 않기로 했다. 제시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몇 달 간은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주방에서 일했어요. 식재료를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했죠. 가끔 고아원이나 학교 사람들이 레스토랑에 왔어요. 미첼과 미카엘은 몰래 홀을 훔쳐봤어요. 짝을 맞춰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고 있었죠. 그들이 오면 미카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요. 미카엘이 우울해하면 미첼도 덩달아 기운이 빠졌죠. 계절이 바뀌고 돈이 모이자 미첼과 미카엘은 이곳을 떠나기로 했어요.

많은 도시를 돌아다녔죠. 우리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어요. 한 명이 마음에 들면 꼭 다른 한 명이 불만이었어요.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죠. 주에서 주로 이동할 때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이틀 밤을 꼬박 기차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둘이 함께였기 때문에 심심하진 않았어요.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도시가 어떨 지 얘기를 나누었지요. 얘깃거리도 떨어지고 창 밖 풍경도 지루해지면 화장실로 갔어요. 비좁은 화장실 안에서 팬티를 벗고 변기에 앉아요. 손으로 거웃을 헤집고 질을 애무하기 시작해요. 손끝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다른 손으로는 가슴을 쓰다듬죠. 몸이 충분히 달아오르면 천천히 질속으로 손가락을 넣어요. 피스톤을 시작하면 미첼과 미카엘이 신음을 뱉었죠.

거울 앞에서 마스터베이션을 할 때가 가장 좋았어요. 좌우로 비틀린 채 얼굴이 붙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어요. 거울만이 서로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도구였죠. 미첼이 보는 것은 미카엘도 볼 수 있었고, 미카엘이 보는 것은 미첼도 볼 수 있으니까요. 미카엘은 숨을 헐떡이는 미첼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미첼도 거울 속에 비친 쾌감에 젖은 미카엘을 좋아했죠. 처음 마스터베이션을 할 때 미카엘은 수줍어서 소리도 제대로 못 냈는데, 나중에는 먼저 성기에 손을 가져가기도 했어요.

그날 역시 마스터베이션을 하던 중이었어요. 소도시의 기차역이었어요. 여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서 일을 치르고 있었죠. 미카엘은 피곤했지만 미첼이 원했거든요. 절정에 이른 미첼과 미카엘이 신음하며 고개를 젖히다 포스터를 발견했어요. 무지개색 천막이 드리워진 무대에서 분장을 한 광대가 저글링을 하고 있었어요. 광대는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우리를 향해 환하게 웃었어요. 마치 오래 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어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비명과 감탄이 뒤섞인 공기가 부유하는 곳에서 느꼈던 일체감. 모든 것이 절묘했던 공간. 드디어 우리가 태어난 나라를 만나게 된 거에요. 괴물의 나라를요.

Sequence 5. The Nation of Monster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자 단장이 물었다. 네가 가진 재주가 뭐니. 단장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단장의 하얀 가면을 보던 미첼이 사이를 두고 답했다. 울면서 웃을 수 있어요. 단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구나. 미첼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미첼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어요. 미카엘이 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장은 미카엘과 미첼을 번갈아 쳐다본 뒤 미카엘을 향해 말했다. 네 차례구나. 네 재주는 뭐니. 미카엘은 입을 다문 채 멀뚱히 단장을 바라봤다. 미첼이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말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어요. 한동안 말없이 서있던 단장은 입단을 허락했다.

대형 서커스단에 밀려 변방의 소도시를 전전하는 소규모 공연단이었다. 서커스단에 들어온 이후 제시는 소소한 잡무를 담당했다. 주로 단원의 유니폼이나 공연 도구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단원들은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줄을 타는 소녀의 발은 균형을 잡기 쉽도록 중심부가 패어있었다. 기하학적인 형상을 몸으로 표현해 내는 무용수는 언제나 활처럼 허리가 휜 채 걸어 다녔다.

입단한지 반년이 지나서야 제시는 본격적으로 단장에게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단장의 이름은 마이클이었다. 마이클은 깡마른 체구에 키가 큰 사내였다. 마이클은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스트레칭부터 시켰다. 다음으로 가르친 것은 기초적인 저글링이었다. 떨어지는 세 개의 공을 받아 계속해서 공중에 던지는 기술이었다. 제시는 곧잘 실수를 했다. 손이 어긋나 자꾸만 공을 놓쳤다. 마이클이 묘안을 짜냈다. 미첼은 오른손을 맡고 미카엘은 왼손을 맡아. 제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첼과 미카엘은 맡은 손에 있는 저글링만 신경 쓰기로 했다. 제시의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저글링이 익숙해지자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마이클이 제시의 뒤에 섰다. 제시의 머리가 마이클의 가슴팍에 닿았다. 마이클이 제시의 양 손을 잡고 움직였다. 음악에 맞춰 마임을 하며 마이클이 조언을 했다. 시선이 손으로 향하면 안 돼. 손 너머를 본다고 생각해. 손짓보다 팔의 움직임에 집중해. 미카엘은 마이클이 마임을 가르치며 해주는 말을 좋아했다. 미첼은 거친 마이클의 목소리가 싫었지만 참을 만 하다고 느꼈다. 마이클의 목소리는 독특했다. 쇳소리가 섞였으면서도 깊이 울리는 맛이 있었다. 가면을 거치며 목소리가 왜곡되는 것이 원인이었다. 마이클은 언제나 가면을 쓰고 다녔는데 대화를 하는 도중 바뀌기도 했다. 가면에는 각기 다른 색채와 표정이 그려져 있었다. 제시는 가면을 통해 마이클의 상태를 가늠했다.

마이클은 대단한 광대이자 마술사였어요. 팬터마임을 하며 저글링을 하는데 한번도 공을 떨어트리지 않았어요. 지팡이를 휘두르고 모자를 벗었다 쓰는 동안에도 붉은색 공은 마이클 주변에서 맴돌 뿐 떨어지지 않았지요. 마치 마이클을 중심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것 같았어요. 시범이 끝나면 마이클은 달처럼 주변을 공전하던 붉은 공을 내밀었어요. 미첼과 미카엘이 공을 잡으려는 순간 공은 사라졌어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마이클이 보였죠. 그러면 미카엘은 수줍게 미소 지었죠. 마이클은 젊었을 적에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는 게 없었어요. 가끔 세계 각지의 진귀한 일에 대해 얘기해 주기도 했어요. 여행을 하며 배운 기술을 묘기에 써먹기도 했죠. 변검술도 젊은 시절 중국에서 배운 기술이었어요. 눈앞에서 순식간에 가면이 바뀌는 건 보고도 믿기 힘들었죠.

마이클의 재주는 묘기라기보다 일상에 가까웠어요. 축제가 열리는 소도시에 방문했을 때였어요. 오전 공연을 마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죠. 점심으로는 샌드위치가 나왔어요. 단원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죠. 미첼과 미카엘이 샌드위치를 집었어요. 빵 사이에 짓눌린 토마토를 보며 망설이고 있는데 마이클이 다가왔어요. 마이클은 샌드위치를 가져가 반으로 나눴어요. 마이클이 손가락을 튕기자 샌드위치 반쪽에 있던 토마토가 말끔히 사라졌죠. 깜짝 놀라는 우리에게 마이클이 말했어요. 미카엘은 토마토를 못 먹잖아. 미카엘이 수줍게 웃었어요. 미카엘이 마이클에게 감사를 표했어요. 마이클이 가볍게 목례했어요. 고개를 들자 마이클의 가면이 바뀌어 있었어요.

그날 오후 공연은 정말 멋졌어요. 무용수들의 춤은 매스게임처럼 완벽히 일치했고 이십미터 높이의 줄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난쟁이는 감탄을 자아냈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이클의 솔로 무대였어요. 핀조명을 받으며 마이클은 팬터마임을 선보였죠. 가면이 바뀌고 춤을 추는 동안에 두 개의 공이 마이클 주위를 공전했어요. 관객들이 박수를 쳤어요. 공연을 보던 미카엘도 웃으며 박수를 쳤어요. 미첼은 미카엘이 누군가를 향해 웃는다는 게 의아했어요. 미카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미첼은 정확히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었어요.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면서, 뱃속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었어요.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었죠.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 마이클은 한꺼번에 두 공을 공중으로 던졌어요. 높이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공은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그리고 막이 내렸습니다.

Sequence 6. Division
공연이 끝나면 서커스단은 도시를 떠났다. 철자가 다른 도시를 떠돌며 제시는 알파벳 만화를 떠올렸다. 괴물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사실은 괴물 자체가 나라였을지도 모른다고, 제시는 생각했다. 에피소드를 넘어가며 한 글자씩 알파벳을 익혔던 것처럼, 도시를 거치며 제시의 마임도 숙달됐다.

공연을 하기 전 제시는 분장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미첼과 미카엘은 양 편에 놓인 거울을 보며 공들여 화장을 했다. 미첼과 미카엘이 크라운 화이트를 스펀지에 묻혀 얼굴에 펴발랐다. 미첼이 레드크림이 묻은 브러쉬로 입술을 칠했다. 미첼의 입매가 광대뼈까지 치켜 올라갔다. 미첼이 입술을 그리는 동안 미카엘은 파란색 크림으로 눈물을 찍었다. 미첼과 미카엘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또 서로를 바라보며 화장했다.

조명이 밝아지고 제시가 무대에 등장했다. 제시의 목엔 원형의 주름진 깃이 달려 있었다. 반으로 나뉜 슈트는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신발은 덩치에 비해 컸고 코가 휘어져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제시가 무대를 뛰어다녔다. 보물을 훔쳐 도망가다 우스꽝스럽게 넘어지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제시는 기괴하게 몸을 비틀거나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마임을 이어갔다. 기쁠 때면 미첼이 관객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고 벽에 부딪히거나 넘어질 때면 미카엘이 울상을 지었다.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로 끊임없이 미첼은 웃고, 미카엘은 울었다.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오를수록 제시는 노련하게 미첼과 미카엘을 번갈아가며 보여줬다.

공연이 끝나고 제시는 무대 뒤편에 마련된 대기실로 향했다. 마이클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은 어김없이 가면을 쓰고 있었다. 붉은 바탕에 보라색 무늬가 그려진 가면이었다. 제시가 화장대 앞에 앉았다. 마이클이 다가와 미첼과 미카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이클의 양손이 지나며 미첼과 미카엘의 화장이 서서히 지워졌다. 미첼은 거울에 비친 미카엘의 모습을 바라봤다. 눈물이 지워지며 미카엘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마이클의 양손이 머리를 지나 가슴으로 내려갔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은 배를 거쳐 다리 사이로 갔다. 마이클이 제시의 성기를 매만졌다. 마이클이 제시의 바지를 벗겼다. 마이클이 제시를 무릎 위에 앉혔다. 미카엘이 밭은 숨을 내쉬었다. 미카엘이 마이클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제시의 안으로 마이클의 성기가 들어왔다.

미첼은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보았다.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미첼의 망막 위로 숨을 헐떡이는 미카엘의 상이 맺혔다. 미첼의 눈에 열에 달뜬 두 개의 얼굴이 겹쳐졌다. 미첼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자신인지, 아니면 미카엘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이클의 몸놀림이 격렬해지고 절정에 다다를수록 미첼은 분노가 치밀었다. 동시에 강렬한 욕망이 타올랐다. 격해지는 감정의 대상은 불분명했다. 그것은 미카엘이기도 했고 마이클이기도 했고, 미첼 스스로이기도 했다. 미첼은 성기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져오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미첼의 숨이 점점 가빠졌다. 마침내 오르가즘에 치달은 미첼이 얕은 숨을 내쉬었다. 미카엘은 전에 없이 황홀한 표정이었다. 미첼은 마이클의 가슴팍에 기대 숨을 골랐다. 미첼이 천천히 손을 올려 마이클의 가면을 벗겼다. 마이클의 얼굴은 반쯤 함몰되어 있었다. 종이에 얼굴을 그려놓고 반만 구겨놓은 형상 같았다. 미첼이 마이클의 귀에 속삭였다. 미카엘을 사라지게 해줘요.

단원들이 모두 잠든 밤이었죠. 헐렁한 셔츠에 바지를 착용했고 아무런 분장도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조명 하나만을 켜둔 채 무대에 올랐어요. 곧이어 마이클도 무대에 올랐죠. 마이클이 조명 아래 섰어요. 이마 부근의 흉터가 보였어요. 움푹 팬 흉터 위로 빛이 고였어요. 검붉은 핏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기하학적인 무늬로 짜인 흉터가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어요.
정중히 인사를 하고 우리는 마임을 시작했어요. 오로지 몸으로만 표현해야하는 정통 무언극이었죠. 아무런 말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몸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발화도구니까요. 미첼과 미카엘은 서로를 넘나들며 연기했어요. 더 이상의 구분은 무의미했어요. 미카엘은 사랑을 갈구하며 노래했고, 미첼은 매정하게 돌아서는 마이클을 향해 울부짖었어요. 마임은 새벽까지 계속되었어요. 사위가 밝아오기 시작했어요. 천막 입구 너머로 동이 트는 게 보였어요. 밤과 아침 사이의 모호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연기는 절정에 이르렀죠. 손가락의 각도가 발화하는 감정과,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일치했어요. 나아가 손가락은 자신이 지닌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경이로운 순간이었어요. 마치 오르가즘에 이른 듯한 기분이었죠. 떠오른 해에 조명이 완전히 잠식당하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작을 멈추었어요. 마이클이 예를 갖춰 인사했어요. 고개를 드는 마이클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죠. 연기는 끝났습니다. 마이클은 무대를 떠났습니다. 그것이 마이클과의 마지막이었어요. 흐르는 눈물을 닦기 위해 얼굴을 어루만지는 순간, 저는 미카엘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Sequence 7. Jessy, Pierrot
미첼이 꿈을 꾸는 날이 많아졌다. 꿈의 스펙트럼은 넓었다. 마임을 연습하던 기억과 서커스단에 입단하던 시절을 지나 태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에서 빠져나와 나팔관을 역행했다. 때로는 환상적인 그림이 펼쳐졌다. 달빛을 유리병에 담거나, 누군가 던지는 말을 귀로 먹고서 입으로 배설하는 꿈이었다. 겪지 않은 일이 꿈에 나타나면 언제 적 일인지 찾기 위해 오래도록 기억을 더듬었다. 거듭 돌이켜봐도 찾을 수 없으면 미첼은 공상을 좋아한 미카엘이 상상했던 일이거니, 생각했다. 깨어있는 동안에도 미첼은 곧잘 꿈에 빠졌다. 몽롱한 눈빛으로 공중을 응시하다 문득 정신이 들곤 했다.

꿈에서 깨면 화장대 앞에 앉았다. 거울을 보며 미첼은 조심스럽게 화장을 시작했다. 스펀지에 화이트 크림을 넉넉하게 묻혀 얼굴에 발랐다. 이마부터 볼, 목덜미까지 빠짐없이 발랐다. 빠진 부분이 없는 지 꼼꼼히 살펴본 후, 펜슬라이너를 집어 들었다. 얇고 긴 곡선형의 눈썹을 그리고 이어서 입술 주위에 윤곽선을 그렸다. 입매를 살짝 처진듯하게 그리는 게 포인트였다. 윤곽선이 완성되면 브러쉬로 붉은색 크림을 채웠다. 갈라진 입술로 크림이 스며들며 생기가 돌았다. 마지막 작업은 눈이었다. 미첼이 눈을 감았다. 도톰한 브러쉬로 눈꺼풀에 눈동자를 그렸다. 동공과 속눈썹까지 그리고 나면 눈초리 아래 몇 방울의 눈물을 찍었다.

화장이 끝나면 눈을 감은 채로 거울을 바라봤다. 덥혀있는 눈꺼풀 위로 미카엘의 형상이 맺혔다. 눈을 뜨면 거울 속엔 미카엘이 앉아 있었다. 어쩌면 거울 속에 갇힌 것은 미카엘이 아닐지 몰랐다. 미첼은 사라진 사람이 미카엘이 아니라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득 마이클과 함께했던 마지막 마임이 떠올랐다. 미첼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떠올랐다. 흉터 진 마이클의 얼굴은 연기를 위한 또 하나의 가면이 아니었을까. 미첼은 자신이 조금 더 광대에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장막 너머로 음악이 흘렀다. 곧이어 사회자의 소개 멘트가 들렸다. 미첼은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막이 오르고 광대가 무대에 올랐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