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미 편집장
▲‘중심성성(衆心成城)’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춘추시대 말기 주(周)나라 경왕(景王)은 거대한 종을 만드려고 했다. 단목공(單穆公)과 악사(樂師)인 주구는 백성들의 재산에 손해를 끼쳐 고통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만류했지만 경왕은 이를 듣지 않고 거대한 종을 완성시켰다. 아첨하는 일이 몸에 밴 악공들은 저마다 경왕에게 종소리가 매우 조화롭고 듣기 좋다고 아부했고, 경왕은 종을 만드는 것을 반대한 주구를 불러 “종소리가 매우 듣기 좋으니, 그대가 지나치게 염려한 것이다”고 자랑하였다. 이에 주구는 “거대한 종을 만드는 일을 모든 백성들이 찬성했다면 조화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을 힘들게 하고 그들의 재산을 축나게 하여 백성들이 왕에 대하여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니, 이러한 상황을 어찌 조화롭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백성들이 찬성하는 일은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일은 실패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드문 법입니다. 이것이 바로 항간에서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뭉치면 성을 이루고,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면 쇠도 녹는다’라고 말하는 이치입니다”고 간언했다. 경왕은 주구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왕이 죽은 후, 종소리가 듣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달 24일, 서대문구는 창천동 일대의 재개발 계획안을 발표했고, 홍익문고라는 50년이 넘은 서점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어 있었다. 신촌 대학가에 남은 유일한 중형 서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대학생과 주민은 홍익문고 존치 운동에 나섰으며,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지역 주민들이 홍익문고 존치 운동을 벌인지 9일이 되는 지난달 27일, 서대문구는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계획안에서 홍익문고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었던 신촌의 명물 서점 홍익문고를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것이다.

▲홍익문고 존치는 경제적 효용만을 따졌던 현 사회에서 정신적ㆍ문화적 가치가 부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0년이 넘은 홍익문고는 사람들의 기억이 머무는 곳이다. 홍익문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 토론할 수 있는 공간 등의 추억을 담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홍익문고를 존치하려고 한 것이다. 매출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는 홍익문고를 운영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는 처사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일을 계기로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위 고사성어의 뜻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뭉쳐져서 홍익문고는 존치됐다. 그 자체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존치를 희망했던 우리에게 남은 일이 있다. 홍익문고를 지혜와 문화, 그리고 살아있는 정신이 숨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홍익문고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의 지성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성숙하고 문화적인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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