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수많은 기쁨과 회한,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과 만남을 가져다 준 2012년이 저물어간다는 것을 한 장 남은 달력이 알려 준다. 문득 12월은 용서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무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자신의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용서를 구하는 자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마른 잎을 그대로 달고 있는 나무를 보면, “저 나무는 아직도 용서를 못해 고통스러워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나무가 올해 겪었던 여러 가지 일과 사람에 대해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 자연이 주는 가르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추운 겨울이 주는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불교에서 행하는 참회의 방법과 그 의미를 새겨 본다. 사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지만,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허물은 생기기 마련이다. 불교에서는 결과보다도 그 동기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누구든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하여 그 잘못을 묵인하거나 정당화시켜서도 안 될 것이다. 참회는 범어 Ksama를 음사한 참마(懺摩)의 첫 글자와 그 뜻인 뉘우친다는 회(悔)자를 합쳐 만들어진 합성어다. 원래 크샤마는 잘못을 용서하고 참아달라는(忍) 뜻이 있고, 회자에는 뉘우치며(悔過) 사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참회란 ‘스스로 잘못을 뉘우쳐서 후회하고 있으므로 용서해 주기를 빈다’는 뜻이다. 그러나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만으로 모든 잘못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참이란 과거의 허물을 뉘우치는 것이고, 회는 새로운 잘못을 다시는 짓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는 육조(六祖) 혜능스님의 말씀이 더욱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자기에 대한 부끄러움을 먼저 인식하는 후회는 참회를 통한 자기완성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라. 그러나 그 잘못을 회개하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충고도 여기에 부합할 것이다. 우리는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 공업(共業)중생이다. 모두 다 같이 자괴하고 자숙하는 입장에서 상대의 진정한 참회를 수용할 줄 아는 너그러움도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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