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젊은 층을 주축으로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력적 소비는 공유경제의 개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예를 들어, 옷, 책, 자전거, 자동차 등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쓰거나, 사무실, 방 등을 일정 기간씩 나누어 이용하는 것이다.

‘소유하지 말고, 공유하라’는 슬로건 하에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일견 매력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몇 번 이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만 대여하여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일 것이다. 최근 TIME지에 세상을 바꿀 10가지 방법 중 하나로 협력적 소비가 선정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협력적 소비는 해당 제품을 당장 이용하려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몇 가지 큰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특정 물건을 공유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도시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 몇 만대를 시내 곳곳에 두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자. 시민들은 자전거를 소유할 필요가 없이, 목적지까지 이용하고 내버려 두면 된다고 하자. 독자들은 이 정책이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자전거들이 상당수가 도난당하거나, 남아 있더라도 대부분 고장나서 쓸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다. 생선이나 어패류 등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이다. 알을 낳은 생선을 잡으면 좋겠지만 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다른 어부들이 먼저 잡기 때문에 기다릴 수가 없다. 결국 알을 낳기도 전에 모두 잡아들여 나중에는 생선이 씨가 마르고, 가격은 급등할 것이다. 이처럼 공유는 자원낭비를 조장한다.

협력적 소비는 불황일 때 각광을 받는 소비패턴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운동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극복 후에는 이 운동은 사라졌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경제의 어두운 면이 부각되면서 다시 협력적 소비라는 개념이 주목되고 있다. 협력적 소비는 경제 성장이나 분배 측면에서도 쉽게 성공하기는 어려운 모델이다. 협력적 소비에 의해 전체 생산량이 감소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투자 위축, 고용자 해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협력적 소비는 공유의 비극 문제, 불황시 등장하는 시기적 특성, 성장 위축, 실업자 양산 등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동차를 시간단위로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해 온 zipcar.com이 나스닥에 상장되고, 남는 방이나 빈 집을 숙소가 필요한 여행객에게 알선하는 사업을 해 온 Airbnb가 각광을 받는 것으로 보아,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협력적 소비 확산을 위해 우리는 지혜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여러분들은 협력적 소비에 대해 어떤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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