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여, 처염상정(處染常淨)을 품어라”

 
“내 가슴에 새겨진 은하수/ 그 동공(洞空)에 번진 태양의 각혈”
세상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 미술을 통해 사람을 보고 전통을 통해 현대를 찾는 미술 평론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빛을 내며 활동하고 있는 윤범모(미술77졸) 동문을 만났다.

나의 디딤돌이 된 학보사 시절
가을이 겨울을 향해 저물어가는 11월 중순의 덕수궁. 그 곳 한 가운데에 위치한 덕수궁 미술관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 1880 - 1989’전 준비를 하고 있는 윤범모 동문이 있었다.
재학시절 동대신문사에서 학생 기자로 활동했던 윤 동문.
“동국대학교 재학 당시, 동대신문사 생활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대신문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한다. 동대신문사 활동은 내가 비평가로 활동하는 데 도움을 줬다. 동대신문에서 배운 취재 능력은 짧은 시간에 요점을 찾게 해줬으며, 기사를 퇴고하고 수정하던 작업은 내 문장력의 토대가 됐다. 한때 불교잡지를 만들었는데, 편집부터 기사작성까지 혼자 해낼 수 있었다. 동대신문사는 나에게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다.”

동국대 유일의 미술평론가
우리대학에서 유일하게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 동문. 10대 시절에는 작가를 꿈꿨을 만큼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그런데 정작 미술계에 와보니 전문적으로 미술에 대해 글 쓰는 사람이 없었고 윤 동문은 자신부터 미술 관련 글을 많이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렇게 미술평론가를 천직으로 삼은 윤 동문. 미술 평론을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예술 작품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 생각한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독창적인 작품이야 말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좋은 예술 작품인 것이다. 예술이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 미술 통한 불교 문제 해결
윤 동문은 “우리대학에 재학해 불교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동시에 현재 불교 미술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의 불교 미술은 통일신라, 고려, 조선 미술품의 답습일 뿐이다.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불교 미술에서는 그런 점을 찾기 힘들다. 민족의식도 없고 현대의식도 없다. 더욱이 독창성도 없다.”

그리고 윤 동문은 불교 미술계를 넘어 불교계가 가진 한계에 대해 의견을 토로하며 말을 이었다.
“사찰도 의식을 바꿔야 한다. 왜 젊은 사람들에게 포교가 힘든가? 접근하는 방법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새로운 콘텐츠를 결합해야 한다. 불교계는 예술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불교는 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원을 발굴해서 보석으로 만들어 내는 연출 과정이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교를 현대 예술이란 그릇에 담을 수 있는 미술관이 필요하다.”

윤 동문은 현재 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힘쓰고 있다. 전등사 무설전 건립에 총괄 기획자로 참여한 것이다. 이번 무설전은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창작단을 만들어서 건립됐다. 윤 동문은 창의성을 기본으로 건립한 전등사 무설전이 불교 미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웃음 지었다.

처염상정, 연꽃처럼 살라
10대 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윤 동문. 늘 마음 한 구석에 창작의 욕구를 불태웠다. 글 쓰는 직업을 자신의 천업으로 삼았지만, 창작의 욕구를 전부 채워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윤 동문은 시를 쓰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시를 쓰다 보니 3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 되어 있었다고.

“시의 소재는 대부분 일상 속에서 찾는다. 불교의 선(禪) 사상도 아주 좋은 소재다. 옛 시인들의 시는 권위적인 것 같아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시가 많다. 나는 독자들이 보고 같이 웃음 지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윤 동문에게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후배 여러분들이 창조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 창조적으로 사는 것보다 고귀한 삶은 없다”고 답하며 처염상정(處染常淨)에 대해 언급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故 윤이상의 묘비에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더러운 곳에 머물더라도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연꽃이 곧 처염상정이라고 말하곤 한다. 후배들이여! 연꽃처럼 살아라.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도 혼탁해져 있다. 그런 사회를 정화시킬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후배들이 혼탁한 사회를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윤범모 동문 프로필

 

△1951년 출생 △1972년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입학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3년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장 △2000년 평양미술 기행 저 △ 2001년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 초대 회장 △2006년 동악미술사학회 이사장 △ 前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2008년 첫 시집 ‘불법체류자’ 발간 △2011년 한국 큐레이터 협회 회장 △前 월간 가나아트 편집주필 △現 가천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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