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Healing Camp) 대통령의 탄생?

▲김준석(정치외교학과) 교수
불확실(uncertain).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둔 국내외 정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확실’의 고조라 할 수 있다. 전 지구적인 기류를 보면 정치와 경제 모두 불확실로 가득하다. 먼저 전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가 어디로 향할지 알기 어렵다.

▲ 전 세계의 재정 위기
2008년 월가 발 금융위기 이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는’ 전 세계적 경제 위기는 대륙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를 위협하고 있다. 유럽대륙에선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default) 위기를 벌써 여러 차례 넘기고 있으며,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로 위험은 확대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이란 장밋빛 꿈에 젖어있던 유럽이 정치공동체는 커녕 그간 쌓아왔던 경제 공동체의 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카탈루니아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면, 기존의 국가 공동체마저 붕괴되는 것 같다.

미국은? ‘양적완화’란 이름으로 세 차례에 걸쳐 돈을 무한정 풀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실업률은 7.8%를 넘나들고,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가시질 않는다. 지난 6일 오바마가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의 정책과 성과를 재신임한 것보다는 ‘새롭게 다시 고통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더 담긴 것이다.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급진우파’ 이념으로 무장한 공화당 하원의회와의 예산 협상이다. 지난 2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오바마와 공화당은 12월 말까지 타협을 이루어야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를 피할 수 있다.

▲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
2012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도 급격하게 달라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놀랄만한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먼저 우리와 총을 맞대고 있는 북한이 오랜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마감하고 김정은 체제로 접어 들었다. 김정은의 등장은 남북관계에서 한국전쟁 세대가 막을 내렸음을 상징한다. 스무 여덟 약관의 김정은과 장성택ㆍ김경희 체제가, 아니 글로벌 시대에 세계와 고립된 북한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지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더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등장하였고, 11월 중국이 후진타오 체제를 마감하고 시진핑 체제를 출범시켰다. 일본은 집권 민주당, 자민당 할 것 없이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고,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화의 움직임을 꾀하고 있다. 댜오위다오, 독도, 북방 3섬 모두 상대국들은 다르지만, 일본은 영토를 놓고 주변국과 충돌하고 있고,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없다. 미국은 경제위기, 시리아 사태, 이란 핵무장 등 주요 현안에 밀려 뒷짐 지고 방관하고 있다.

▲ 고인 부(富)의 배분, 어떻게?
우리 안의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하우스푸어로 상징되는 주택시장 붕괴의 시나리오는 수도권 위성도시를 시작으로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기업은 채용도 투자도 꺼리고, 위기에 대비해 돈을 금고에 쟁여놓는다.
비정규직은 노동부 기준으론 전체 노동자의 32.6%, 통계청 기준으로 49.5%, 노동계 기준으론 56.3%에 이른다. 우리 이웃 열 명 중 네다섯이 불안한 일자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계약 혹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이 인력시장을 떠돈다.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스펙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고, 신종 학원업만 번창하고 있다.
부는 쌓이지만, 나누어지지 않는다. 낙수효과(trickle-down)란 말대로라면 물은 흘러야 하는데, 사회 아래로 흐르지 않고 있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고, 계속 고이다 보면 방둑이 터지기 마련이다. 반값등록금, 저축은행사태, 경제민주화 모두 우리사회의 분배가 위험신호에 달했다는 신호다.

▲ 후보자간 토론의 장 전무
19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인 중 한 사람이 당선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5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뤘고, 평화적 정권교체도 두 번이나 이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공고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6번째 맞는 이 선거도 대선 100일 전까지 2자 구도가 될지, 3자 구도가 될지 불확실했고, 30일이 채 남지 않은 지금도 2자 구도인지, 3자 구도인지 여전히 모른다. 여권의 후보와 캠프의 경제정책 수장은 경제민주화의 한 길을 본다고 주장하면서도,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고, 야권의 두 주자는 ‘정치개혁에 대한 합의’ 후에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알기 어렵다.

언론은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편싸움을 하고 있어서, 같은 내용도 어느 신문과 매체를 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 버린다.
30일도 채 안 남은 지금 단 한 번의 후보자 간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개별 후보자에 대한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우리가 볼 수 있는 토론이라고 해야 후보단일화 토론 1회, 그리고 선거에 임박해 이뤄질 내용보다 형식에 우선한 후보자간 토론이 전부일 것이다. 그것도 당선 가능한 후보만이 아닌, 출연자격이 있는 여러 군소후보와 함께이다. 준비된 답변과 준비된 자세, 준비된 웃음만을 보게 될 것이다.

▲ 예능프로 보고 대통령 뽑을지도
금번 대선은 역사상 최초로 예능프로그램이 대선 승자를 가리게 할 지도 모른다. 후보자와 공약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커녕, 그들을 박제화한 뉴스와 지면만을 접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해 알고 싶고 판단하고 싶다면 지난 1월과 6월에 방송된 ‘힐링캠프’를 다시 돌려봐야 할 지 모른다. 바로 힐링캠프 대통령의 탄생이다.

유권자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인 후보자 검증토론조차 공식적으로 정한 3회. ‘박근혜-새누리당 불가론’ 말고 무엇을 위한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18대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민주화라고 한다. 경제민주화를 안하겠다는 후보가 없다. 서해의 북방한계선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한다. 재벌개혁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칙에 반대하는 후보는 없다.

기억에 남는 후보자의 모습은 힐링캠프. 얼마나 울렸는지, 얼마나 웃겼는지. 통일에 대한 시각도, 대북정책도, 경제민주화 정책도 모두 힐링캠프를 통해 유추해야 한단 말인가?
대선 주자를 쫓아 다니는 ‘사생팬’이 아닌 다음에야 3인의 대선후보를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거의 드물다. 대선 주자들 하루에 몸이 몇 개인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행사를 통해 만난 대선 주자는 늘 웃는 낯에 악수를 권하는, 좋은 약속만을 하는 주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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