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교수
대선이 다가오면서 종교계는 각각의 대선후보에 정책을 제시한다. 그 정책을 보면 해당 종교단체의 현황과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한편 종교계의 정책을 접하는 정치권의 첫 반응은 무엇보다 실현가능성이다. 겉모양은 그럴싸해도 전혀 실현되지 않을 정책을 제시하여 비난받기 싫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시한 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된다고 할 때 과연 해당 종교계는 그것을 집행할 준비와 능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대선캠프로부터 온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의 모습과 자체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돌이켜보면 현 종단 집행부가 강남 좌파주지 논란 등으로 촉발되어 제시한 것이 ‘자성과 쇄신’이다.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의 5대 결사를 제안했고, 이를 총괄하는 결사본부도 만들었다. 종단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몸짓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많았어도 불자라면 과거와 현재의 허물이 어떠하건 자정과 쇄신의 의지를 말하는 종단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했다.

결사본부의 결사위원으로써 이제 국가정책 수행이라는 점에서 냉정히 그동안의 ‘자성과 쇄신’을 생각해 본다. 분명히 종단 노동위원회 등의 출범 등 일부 쇄신의 모습은 있었다. 그러나 근본 체질개선의 출발점인 자성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자성이 상실된 쇄신이란 화려한 구호이자 양두구육에 불과함에도 종단은 언제나 실질적 자성은 없이 쇄신만 강조했다. 결사본부장인 도법스님도 내부 한계를 언급하면서 스스로 많은 것을 비워야 했다고 한다.

쇄신의 전제가 되어야 할 자성을 거론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종단과 일부 불자들. 이는 스스로 언급한 자성이야말로 청정 가풍과 동체대비로 한국불교를 살리자는 것을 인정한 것이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은 놓지 않겠다는 행태다. 문중과 인맥에 얽혀 동네 사찰 운영비에만 관심 있다 보니 대선을 앞둔 지금, 정작 대선주자 측으로부터 국가차원에서의 불교 정책에 대한 불교계의 체재와 인적 구성과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불자로서 얼굴만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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