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펀드매니저, 40년 전 꿈을 향해 노래하다

“한걸음 올라서니 한걸음 멀리보이네 또 한걸음 올라서니 또 한걸음 멀리보이네”
故 양주동 시인께서 들려주신 시를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는 전웅 동문. 이 구절은 산에 올라갈수록 멀리 보이는 것처럼, 뭐든지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가다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걸음씩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전웅 동문. 이제는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한 그를 동대신문이 만나 보았다.

▲전웅(행정75졸) 동문
지난 해 방송된 KBS ‘남자의 자격’에 반가운 얼굴이 나왔다. 우리대학 출신의 전웅 전 NH투자증권(구 세종증권) 사장이 주인공이다.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 아직 없었던 시절, 독학으로 1호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30년간 같은 직업에 종사하면서 금융계에서는 알아주는 저명인사가 되었다. 이 잘 나가던 펀드매니저는 퇴임 후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택했다. 그를 원하는 곳은 여전히 많았지만 40년 전 꾸었던 꿈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와 이제는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전웅 동문. 금융통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성공 스토리와 대학교 시절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시골 청년 수석 입학하다
시골에서 살았던 전 동문은 서울의 대학교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랬던 그는 사회 선생님의 추천으로 동국대학교에 지 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그의 발목을 붙잡았던 것이 사립대학의 비싼 등록금이다. 시골에서 살던 그의 가족이 사립대학의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그의 걱정은 우리대학에 수석입학하면서 해결되었다. 수석입학자는 전액장학금과 기숙사비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 동문은 대학에 입학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불교 수업을 꼽았다.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한 우리대학에 들어온 그는 불교학개론 수업을 통해 석가모니의 삶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불교학개론은 평생 불교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였다.

대기업을 버렸던 청년
행정학과 출신인 그는 고위 공무원을 꿈꾸었다. 하지만 행정고시에서 불과 몇 점 차이로 시험에 떨어졌다. 이렇게 안타깝게 떨어지고 나니 본인의 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대기업 그룹 공채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다. 졸업반 시절 합격을 자신한 모 대기업 공채 시험에서 합격자 명단에 자신이 없는 것을 보고 회의감도 들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그가 모 대기업 공채 시험에 수석합격 했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직원의 표기 실수로 졸지에 수석합격자에서 탈락자가 되었던 그는 뒤늦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입사를 포기했다.

그가 그만큼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과는 달리 그 시절은 대학생들이 졸업 후 원하는 회사를 골라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내로라하는 회사들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회사는 당시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새한 종합금융이다.

주주를 한국산업은행으로 두었던 새한 종합금융은 알고 보니 보수가 여타 회사들의 몇 배가 넘었다. 가난한 시골 청년이었던 그는 다른 생각은 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신생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입사 후 기획심사를 맡아 일하다 증권부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증권부에서 그는 금융시장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일을 하였고 이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독학으로 주식시장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차츰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국내 1호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이 날부터 그의 증권인생은 시작되었다.

증권사 사장이 된 시골소년
처음 입사한 새한종합금융에서 20년간 근무하던 그는 IMF 여파로 98년도에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펀드매니저였던 그는 쉽게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바로 펀드매니저로서 15년간 일한 그를 교보투자신탁에서 운영본부장으로 스카우트 한 것. 그 후로도 세종 증권에 스카우트되어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사장이 되기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해마다 승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회장 아들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다. 후에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된 후 그는 NH 투자증권 사장으로 1년간 근무한 뒤 퇴임을 결심한다.

노래하는 펀드매니저
퇴임 후 증권가는 여전히 그를 원했지만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바로 40년전 꾸었던 가수의 꿈을 현실화시키기로 결심한 것. 그래서 퇴임 후 기타학원에도 등록하고 판소리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걷기에 현실의 벽은 컸다. 체계적으로 연습을 할 수도 없었고, 본인의 기량을 뽐낼 무대도 없었다.

이 때,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 바로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이다. 그를 대신해 청춘합창단에 지원서를 낸 아들 덕분에 그는 40년 전 꿈꿨던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청춘합창단에서 초대 단장을 맡아 지금껏 팀을 이끌어 오고 있다. 그리고 단장으로서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사비로 주 2회 전문 성악가에게 과외를 받고 있을 만큼 열정이 대단하다.

전 동문은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뼈있는 조언을 전한다. “불교를 바탕으로 한 학교에 들어 온 만큼 자신의 종교와 무관하게 부처님 말씀을 꼭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불교 철학은 사회에 나가 많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청량제가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30년 간 금융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주식에 대한 충고도 덧붙엿다. “주식은 위험 부담도 있지만 좋은 제테크 수단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탐욕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택한 만큼 기회가 된다면 가수를 해보고 싶다는 전웅 동문. 자신의 삶을 멋지게 노래하는 전 동문의 무대가 기다려진다.

 

전웅 동문 프로필

△1952년 출생△동국대학교 행정학과 1975년 졸업 △前새한종합금융 증권부장 △前교보투신운용본부장△前NH투자증권(전 세종증권)사장 △現(주)서린바이오 사이언스 사외이사 △現(사)밝은 청소년 상임고문△現(주)밀레21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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