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지키는 동국의 밤

계절이 겨울로 접어 들고 해가 짧아졌다. 오후 6시가 채 되기도 전에 금새 컴컴한 어둠이 캠퍼스에 내려 앉는다. 지난 달 숙명여자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여장 남자가 침입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잊혀질만하면 교내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불안감이 조성된 캠퍼스 치안으로 늦은 귀가를 하는 학생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학생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학내 치안유지에 앞장서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경찰행정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캠퍼스 폴리스다. 캠퍼스 폴리스는 전공연계활동으로 봉사 시간을 인정받는다.

 
어두운 캠퍼스를 밝히는 발걸음
캠퍼스 폴리스는 현재 총 70명의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이 평일마다 팀을 나누어서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활동한다. 10명으로 구성되어 나누어진 팀은 다시 3개의 순찰조와 상황대기실조로 나누어진다. 만해관에 위치한 상황대기실은 한 명의 학생이 고정적으로 상주하며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 방안을 알려주고, 순찰조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 역할을 한다. 나머지 학생들로 구성된 3개 조는 45분마다 교대를 하며 학내 곳곳을 순찰한다. 순찰지역은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어둡고 외져 치안에 취약한 곳을 중점으로 두 개의 코스로 나눈다.

먼저 대운동장에서 상록원, 남산산책로, 팔정도, 정각원까지 명진관 뒤편 부근을 중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코스는 기숙사에서 원흥관 쪽문, 학림관 벤치부근, 만해광장 숲길, 다향관으로 후문 부근이다.
캠퍼스 내 치안유지와 타 학생들의 안전귀가를 위한 것이지만 늦은 시간까지 순찰이 힘들진 않을까. 봉사에 참여 중인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윤윤희(경찰행정1) 양은 “오히려 1학기 때 캠퍼스 폴리스를 지원했지만 탈락되어 활동하지 못한게 오히려 아쉬웠다”고 말했다.

“캠퍼스 폴리스로 활동하기 전에도 학내의 지리적 특성상 어둡고 외진 곳이 많아 어두운 시간에 혼자 다니기에 무서웠어요. 그래서인지 귀가하는 학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학내 치안유지에 일조하고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며 활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2학기부터 활동을 시작한 박상범(경찰행정1) 군도 활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고민은 없었다. “지난 학기 축제기간 중 술에 취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가하는 걸 목격했어요.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학내 보안 업체와 연계한 캠퍼스 폴리스
캠퍼스 폴리스는 늦은 시각에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를 위주로 순찰을 돈다. 물론 캠퍼스 폴리스 학생들도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학기에는 크게 위험한 상황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위급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캠퍼스 폴리스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특히 외부인 출입이 쉽고 학생들이 긴장의 끈을 놓기 쉬운 축제 기간 때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 기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더욱더 힘썼다. 지난 학기 축제 기간 중에 학생회관 앞에서 외국인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졌을 때 캠퍼스 폴리스는 학내 보안업체 세콤(Secom)과 함께 해결했다.
이근주(경찰행정2) 군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들도 그 분들과 같은 학생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 지원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순찰 코스를 충무로까지 확대할 계획
현재 캠퍼스 폴리스가 담당하고 있는 순찰 코스는 캠퍼스 내로 한정되어 있다. 캠퍼스 폴리스는 ‘학생들의 안전’이라는 본 목적을 위해 중부·장충 파출소와 연계하여 순찰 코스를 충무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캠퍼스 폴리스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안전성 문제이다. 교내는 사설 경비업체인 세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충무로 구역은 학생들에게 큰 사건이 일어나면 대처가 힘들다. 교수님을 통해 지역 경찰서에 연계 요청을 한 상태지만 아직 확답이 없어 순찰 코스 확대 계획은 보류 상태 중에 있다.

불안한 사회 속 안전한 캠퍼스 만들기
더욱 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묵묵히 학생들을 위해 힘써주는 캠퍼스 폴리스. 그들에게 앞으로의 다짐을 물었다.
강지윤(경찰행정1) 군은 “캠퍼스 폴리스 활동은 경찰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많은 용기와 자극을 주는 활동인 것 같아요. 이번 캠퍼스 폴리스 활동을 통해서 현직의 경찰 분들이 존경스러웠어요. 비교적 안전하고 좁은 공간인 캠퍼스를 순찰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현직 경찰 분들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교외를 늘 순찰하시잖아요”라고 말했다.

박성범(경찰행정1) 군은 “단 한 순간의 충동이나 감정으로 본인은 물론 주변까지 파탄내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할 생각입니다”고 각오를 다졌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가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가 심심치 않게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학생들을 위해 추운 밤 교내를 순찰하는 캠퍼스 폴리스들의 마음이 등불처럼 환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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