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삶에 의탁하는 작가의식 뚜렷

6ㆍ25로 매장된 민요ㆍ민속 찾아 발로 뛰어

  “그의 詩(시)가 얼마나 완벽하고 위대한 문학인가 하는 질문이 가기 전에 우선 민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받아 마땅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민중적 경사라고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이글은 백낙청교수가 1973년 이 책의 저자의 詩集(시집)‘農舞(농무)’의 발간에 쓴 글이다. 신경림의 詩(시)가 훌륭한 리얼리스트의 단편소설과도 같은 정확한 묘사와 압축된 사연들을 담고 있는 동시에 민요를 방불케 하는 친숙한 가락을 띠기도 하는 이유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민중의 삶에 스스로를 의탁하는 작가 의식 때문일 것이다.
  그의 詩(시)는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 저속하지도 않다.
  민중과 함께 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의 作品世界(작품세계)를 그들과 함께하는 호흡이 되어 나타나게 한다.
  그의 민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정평이 나있다. 그의 詩(시) 곳곳에 보이는 민요적 가락과 감성은 이러한 작가의 민중과 민요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 ‘민요기행②’는 4년 전 선을 보인 ‘민요기행①’과 함께 변함없는 작가의 민중과 민요에 대한 사랑이 詩(시)에서 散文(산문)의 형태로 바뀌어 나타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이듯 기행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많은 기행문과는 격을 달리 한다. 그것은 풍광 좋은 마을의 경치보다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그 진솔한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반성하게 한다. 전통문화가 삶의 현장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의 의식 속에 박제화 되어가는 것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준다. 작가가 이를 보고 느끼는 서글픔이 바로 사랑이다. 박제화 되어서는 안 될 그 무엇이, 우리들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며 꿈틀거려야 할 그 무엇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작가의 서글픔이 사랑이다. 우리는 이 서글픔과 사랑을 함께 느껴야 한다.

  이 책 속에는 역사가 있다. 작지만 커다란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민중의 아픔과 그들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이 책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이 이 땅의 수많은 민요와 민속을 매장시키고 6ㆍ25라는 민족의 비극이 수많은 민요와 민속을 다시 한 번 황폐화시키는 아픈 역사가 있다. 잊고 지내는 우리를 일깨워 주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안타까워하며 주저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요의 개념을 넓게 이동시켜 박제되어가는 민요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민요를 찾는다. 그것은 기층 노동자의 삶의 모습이 보이는 ‘노가바’가 그의 개념 속에 포함되어진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것은 결국 한 단계 발전된 민요기행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문학은 손과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는 순진한 깨달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리고 민중이라는 말이 살아 숨 쉬며 나타나는 문학이 진정한 문학임을 느끼게 한다. 사랑이 숨 쉬고 민중이 자리 잡은 글을 대한다는 기쁨을 준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