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도 한국경제 어떻게 될까

종속구조에 원화절상 겹쳐 난항 예상
정권의 물리적 폭압 전면화 공산 커

  현재 한국경제는 원화절상 등으로 말미암은 가격경쟁력의 상실과 주요 선진자본주의국가의 시장조건을 결합한 구조적 위기를 갖고 있다. 더욱이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산업구조 등으로 앞으로 한국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본고는 현 한국경제의 구조가 안고 있는 고질병을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내년도 한국경제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를 간략하게나마 고찰하는 의미에서 마련하였다. <편집자>

  Ⅰ
  우리사회의 반민주적, 반민족적 제반문제를 민중의 이익에 입각하여 변혁시키기 위한 민족민주운동은 실천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커다란 진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70년대의 반독재민주화투쟁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80년대는 더욱 폭넓고 심도 있게 발전하였다. 그것을 변혁론의 차원에서 간단히 언급하자면 한국자본주의와 국가권력의 성격, 구조 제국주의의 규정성 문제, 계급분석, 통일문제 등이 있을 수 있고, 구체적 전략, 전술, 조직 문제에 대한 문제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한국자본주의의 발전과정과 성격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충분한 통일과 합의가 되어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있어서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모든 운동은 제계급ㆍ계층의 변혁적 의지, 즉 주체역량이 중요하지만, 또 그와는 별도로 자본주의적 경제법칙에 의해 조성되는 여러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조건들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간의 사회성격 논쟁, 혹은 사회구성체론, 그리고 한국자본주의의 성격파악은 총체적인 관계 속에서 당면변혁을 자리매김하고, 그와 결부된 여러 영역과 부문을 과학적 인식과 실천 속에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운동은 매시기 조성된 객관적 정세 속에서 부딪히는 장애를 극복ㆍ돌파해 냄으로써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는 것은 그럼으로써 민민운동의 정당성을 대중에게 올바로 제시하고 대중의 자각과 실천을 불러일으키며, 민민운동의 구심으로 이끌어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의 진전이 매시기 정세에 총력적으로 작용해 나가고 조성된 계급역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면정세의 변화와 계기를 올바로 읽어내야 한다. 더욱이 이 중요성은 최근 폭넓게 확대되어가고 있는 대중의 진골과 활동성이 고양되어가는 상황에서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주의자’이어서는 안 된다. 즉 경제정세를 올바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가 이러저러한 특수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축적에 관철되는 법칙가운데 재생산구조의 토대의 변화를 축적하고 특수성 가운데 발현되어가는 정세를 파악해야 된다. 그럼으로써 경제학적 비판의 무기는 진열장이나 학위의 전당으로부터 민민운동의 무기로 될 수 있을 것이다.


  Ⅱ
  최근 한국경제가 상품의 해외수출이 급격히 제약당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상품의 재고가 누적되는 한편 자본과 노동 간의 대립과 긴장이 고조되어나가면서 경제위기문제는 우리의 중요한 관심이 되었다. 지난 88년 12월 ‘민주화의 길’ 20호의 “임박한 공황”, 그리고 89년 4월의 ‘민족민주운동’, “전환기에 선 한국경제”라는 글에서 한국경제의 ‘위기’가 제기되었을 때만 해도 주요관심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한 이유는 그 당시 한국경제가 위기를 감지할 만한 전반적 징표를 드러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의 이유는 경제 분석을 하는 자세와 방법론이 현상에 압도되고 매몰되어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고, 근대경제학의 이데올로기적 침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최근의 상황은 우연적이거나 일시적으로 발현한 상황이 아닌 이상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이고 재생산구조와 관련된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한국경제의 위기를 단순한 외적 요인으로서 설명하는 것은 따라서 그만큼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예컨대 그것은 74~75년 세계공황이 오일쇼크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인식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것은 내재되고 심화된 모순의 발현이 오일쇼크를 통해서 더욱 격화되었던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올바른 접근이 될 것이다.
  이로부터 경제동향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적 축적의 기본모순이 재생산구조 속에서 관철되는 경기 순환의 운동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천체가 일단 운동에 투입되면 끊임없이 그 운동을 되풀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적 재생산이 지닌 주요한 성격이다. 한국자본주의는 지난 자본주의적 성장을 통해서 자기운동을 전개해 가는 일정한 생산력을 획득하면서 자본제적 생산과정의 고유한 순환국면을 관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순환은 산업예비군, 강요된 실업과 그 흡수 재생산이 관련되어있고, 경제적 사회적 매개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모순을 현상화한다. (예를 들면 부동산투기, 증권가격의 동요, 과소비문제 등등)
  그러나 최근의 한국경제의 위기와 관련하여 상당한 혼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한국경제의 위기규정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 주요한 한 가지는 세계경제가 아직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음에도 어떻게 한국만이 이러한 순환국면에 진입했다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이다. 대만이나 일본의 여전한 성장의 지속도 이점을 강력하게 보강하는 사실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아직은 충분한 해명이 되어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공황의 발현은 70년대 이후 자본주의 세계에 동시적으로 관철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의 근거로 얘기된다. 그렇지만 최근의 경제상황과 한국자본주의의 성격과 그리고 당면시기의 경제정세의 위기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는 한번 짚어져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Ⅲ
  최근의 한국경제의 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근거의 주요한 지렛대는 원화절상을 중심으로 한 가격조건의 변화였다. 특히 원화절상은 달러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에 힘입어 급성장을 이룬 한국경제에 가혹한 고통의 외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곧 88년 중반이후의 한국경제는 재생산구조가 해외시장과 해외자본에 강고하게 종속되어있다는 사실에서 환율을 중심으로 한 가격조건의 악화는 경제를 위기의 국면으로 내모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면을 가격경쟁력의 악화 나아가 외적충격요인으로서 설명하는 것은 사실을 지극히 단순화시켜 버릴 위험이 있다. 종속은 경제적 종속뿐만 아니라 정치적ㆍ군사적 측면을 포함한 총체적 규정이며, 경제적 종속이라는 의미는 외적 가격변수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주로 미국ㆍ일본) 자본주의의 재생산구조에 한국자본주의의 재생산과 축적이 내용적으로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원화절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87년~88년은 세계경제가 호황의 국면에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경제의 동태는 호황이후의 인플레와 경기침체, 주식시장과 금리의 동요에 시달리고 있음은 여러 지표와 자료에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기에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와의 관련성, 종속의 구체적 발현메커니즘이다.

  한국경제는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출에서 선진자본주의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이상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40%이다. 그런데 주요선진자본주의국의 수입은 경기후퇴보다 앞서 사전에 감소하는 경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시설재도 독점적 공급 상품도 아닌 개발도상국의 완성품(우리의 경우 주요수출상품)은 상당히 급속히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사실도 지적된 바 있다. (‘민주화의 길’22호, “경기위기설비판을 비판한다” p.19~20참조) 이러한 사실과 한국경제의 종속적구조의 성격을 유념한다면, 최근의 한국경제의 상황은 원화절상을 포함한 가격경쟁력의 악화와 세계경제의 순환적 움직임의 관련 속에서 규정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최근의 수출전선의 위기는 바로 가격경쟁력의 상실과 주요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시장조건이 결합한 구조적 위기로써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수출위주의 종속적 경제구조를 장착하고 있는 한국의 산업구조는 이로부터 그 위기가 더욱 가혹하고 증폭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인다면 국가간 경쟁의 심화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수출하고 있는 상품은 가격경쟁력의 급격한 악화와 함께 개도국들의 경쟁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추월, 구축당하고 있다. 이 점은 특히 일본과 대만 등의 수출상품 구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즉 현재의 한국경제의 위기가 왜 선진자본주의 제국들보다 한발 앞서서 혹은 일정한 자립성을 띠고 전개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이다. 또 세계경제의 위기가 1980년경부터 시작되었음에 대하여 한국경제의 위기는 79~80년에 진입하였다는 과거의 경험사실도 아울러 시사성을 주고 있다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의 한국경제의 위기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전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편, 지금까지 주로 외적요인과 관련하여 살펴보았지만 한국경제의 위기는 그러한 외적조건에 의해서만으로 규정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순환과정에서 취해지는 정부와 자본의 위기관리정책, 국가독점적 경제정책에 의해서 더욱 격화되어가고 있다. 연초에 89년말에는 주가지수가 1,500선에 이를 것이라고 운운하던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을 거듭하여, 그 파급영향을 막기 위한 무제한의 자금지원으로 전환되었는가 하면, 크게 늘어난 재정지출과 통화증발성 각종 경기부양책과 함께 보다 고단위의 새로운 독점지원정책이 강구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의 형태인 ‘스테크플레이션’이 현실의 문제로 다가선 것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취해지는 정책이 독점자본의 이익에 봉사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대중과 비독점영역에 그 부담을 전가시켜 나가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스테크플레이션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를 독점적으로 재편성하고 경제의 자기조정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위기를 구조화시키고 만성화하게 된다. 그것이 대중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국내적 조건과 경로는 생산력과 기술의 저위성, 잉여의 제국주의적 누출구조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국면의 위기의 정도를 더욱 증폭시켜나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Ⅳ
  지금까지의 한국경제의 위기의 내용과 방향은 정권의 물리적 폭압통치가 전면화 될 객관적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권력과 민중간의 긴장과 대립이 보다 분명해지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민민운동에 가해져오는 강고한 탄압과 지배전략을 이겨낼 수 있는 우리의 대응은 이시기의 정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제세력의 변화를 포착하여야 할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운동은 매시기 조성된 객관적 정세 속에서 부딪히는 장애를 극복ㆍ돌파하고 대중의 자각과 실천을 이끌어내 가면서 역관계의 우위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것은 퇴조의 정권과 자본의 움직임이 시사하듯이, 탄압은 민족민주운동의 집중력을 파괴시키고 자본의 지배 속에 개량화 시켜내면서 대중으로부터 고립화시키기 위한 선전과 탄압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서 민족민주운동의 통일과 단결은 필수적이다. 눈앞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공통된 노력과 투쟁 없이 운동의 진전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중의 요구에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조직적 구심으로서의 ‘전민련’의 2기 출범과 90년 1월22일로 예정되어 있는 ‘전노협’의 건설, 그리고 대중들의 생존권 싸움, 대중의 민주적 조직적 진출들이 탄압 속에서 공방을 치러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것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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