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검문을 뚫고 이곳에 도착하신 백만 학도 여러분! 모두 모이셨습니까”
  “투쟁-”
  “이 나라를 사랑하시는 광주시민 여러분! 오셨습니까”
  “예-”
  4만여명의 학생ㆍ시민이 모인 가운데 18일 오후6시 전남대학교에서 거행된 제4기 전대협 출범식.
  거대한 민주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뿜어내는 우레와 같은 함성은 망월동 묘역, 아니 구천을 헤매는 원혼들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했다.
  같은 시각 교문 앞의 상황은 3중으로 바리게이트를 쳐놓은 사수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고 한때 교내를 침탈한다는 소문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대치상태가 길어지자 사수대 중 한명이 1노2김가의 율동을 가르쳐 주고 시민들은 따라했으며 시민 한명씩 나와 메가폰을 잡고 “학생들! 우리가 도와줄 텐께, 같이 노태우 정권 타도합시다”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돌을 깨뜨려주기도 하고, 우유ㆍ빵 등을 한 아름씩 건네주기도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처럼 바리게이트 너머 대치하고 있던 경찰을 무색케 할 정도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했던지 경찰은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사람들은 일순간 환호성을 울렸고 식장은 축제의 장으로 돌변하여 성황리에 출범식을 끝낼 수 있었다.
  다음날은 도청으로 향하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2시 도청”, “2시 금남로”를 외치며 뛰어가는 학생들에게 손을 잡아주는 시민과 “아가, 이거 마스크 쓰라고, 내가 속에 파스 붙였응께 최루탄 쏴도 안 매울 거여”라며 마스크를 건네주시는 할머니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이 모습들을 보며 문득 연상되는 10년 전 그날, 시민군에게 빵을 가져다주고 마주칠 때마다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던 이상의 도시 광주.
  광주는 진정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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