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호(경제학과)교수
학교 신문사에서 전공과 관련한 글을 하나 써 달라고 요청이 왔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다음의 예를 가지고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의 예는 내가 가르치는 과목 중 하나인 경제원론의 교과서(N. Gregory Mankiw, Principles of Economics) 연습문제에 나오는 것을 조금 고친 것이다.

“어느 마을에 가, 나, 다, 라 4명의 미용사가 있고, 머리를 할 손님으로 A, B, C, D 네명의 고객이 있다하자. 가, 나, 다, 라 4명의 미용사가 머리 해주는 비용은 각각 다르다. 여기서 비용은 기회비용을 포함하므로 미용사가 미용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 벌 수 있는 금액도 포함된다. 그 비용이 가는 만원, 나는 1만 4천원, 다는 1만 7천원, 라는 2만원이라 하자. 고객들은 자기가 머리를 하기 위하여 최대로 지불할 용의(maximum willingness to pay)가 있는 금액이 A는 3만원, B는 2만 2천원, C는 1만 5천원, D는 1만 2천원이다. 각 미용사는 시간 제약으로 머리를 한 사람만 해 줄 수 밖에 없다고 가정된다. 이 경우 누가 어디에 가서 머리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최적인가?”

이 예에서 경제학의 효율성 관점에서 생각하면 편익(최대 지불용의, maximum willingness to pay) 빼기 비용(cost)의 합을 최대화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답이 나오므로 ‘A가 가에게, B가 나에게 가서 하고, C와 D는 머리를 하지 않고 미용사와 노는 것이 최적이다’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근데 다음과 같이 매칭이 이루어지면 모두가 다 머리를 할 수 있다. A가 라에게, B가 다에게, C가 나에게, D가 가에게 가서 깎으면 말이다.
물론 그러면 편익 빼기 비용의 합이 아까보다 작아진다. 전자의 경우에 2만 8천원이고 후자의 경우에 1만 8천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이 머리를 하게되고 미용사도 모두 일을 하니 사회적으로 더 최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이 생각해 보고 활발한 토론을 해 보길 권한다. 여기서의 논점은 ‘무엇을 최적으로 보느냐’일 것이다. 머리를 하는 사람의 수가 최적의 기준인가? 즉 머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편익 빼기 비용이 제일 크게 되는 것이 최적의 기준인가?

그리고 위의 상황을 좀 더 확대해서 이 마을(도시)에 A, B, C, D 타입의 고객이 각 타입 당 만명이 있고 가, 나, 다, 라 타입의 미용사도 각 만명이라 하자. 그러면 수요 공급에 의하여 머리하는 가격은 만 5천원과 만 7천원 사이(예를 들어 1만 6천원)에서 결정된다. 즉 시장의 수요 공급에 의하면 편익 빼기 비용의 합이 최대가 되는 매칭이 일어나고 다와 라 타입의 미용사는 시장을 빠져 나갈 것이다. 결국 머리는 A와 B 타입의 수요자만 할 것이다. 이 경우는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머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시장에서 일어나는 수요와 공급의 매커니즘을 대체할 다른 매커니즘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 것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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