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교수 되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싶어”

 
지난 8월 말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국제법학회(이하 ILA)에서는 ILA 역사상 전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한국 대학생이 처음으로 세계적인 석학들 앞에서 논문을 발표한 것. ILA는 1873년 창립된 국제법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단체로, 46개국 출신 법률가와 법학자 3,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ILA 학회에서 김원각(법4) 군은 ‘탈북자의 인권, 누가 해결할 것인가? : 경제적 난민, 전통적 의미의 난민, 불법 월경자 보호체계의 간극과 국제인권법’을 발표하였다. 그 주인공 김원각(법4) 학생을 만나 보았다.

김원각 군이 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던 부모님께서 온 집을 책으로 메우셨을 정도. 김 군의 방 역시 온통 책장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고 그 중에서도 법학도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냥 법학도서가 너무 재밌었어요. 실생활에서도 법에 대해 많이 접하잖아요. 우리가 생활하는 것 자체가 법이랑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법을 전공으로서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김원각 군이 이번에 발표한 논문의 주제는 ‘탈북자의 인권’이다. 논문의 내용은 국제법상 난민불송환원칙이 탈북자문제에도 적용돼야 하며 국제인권협약상 전통적 난민 개념이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탈북자의 필수 경유지인 중국이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기준으로 난민강제송환문제를 취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소 생소한 주제를 가지고 이 같은 논문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겨울에 우리 대학 교수님이시기도 하신 박선영 국회의원님 사무실에서 입법 보조원으로 일을 했어요. 박선영 의원님께서 탈북민에 관한 문제를 많이 다루시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한국학생으로는 최초로 ILA 무대 위에 선 만큼 그 감회도 남달랐을 터. 김 군은 발표 준비를 하면서 수없이 스크립트도 읽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전날 잠 못 이룰 정도로 긴장을 했다. 발표가 끝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서 권위 높은 재판관이나 세계적인 석학들이 본인에게 여러 질문을 해 몸 둘 바를 몰랐단다.

논문이 선정된 당시 주위 친구들 반응은 어땠을까. “사실 그 당시에는 친구들한테 말을 안했어요. 발표하고 난 후에 신문에 기사가 실리니까 친구들이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했으면 신문에 기사가 올라 오냐고(웃음)”

올해로 4학년인 김원각 군은 이번 학기가 우리 대학에서 보내는 마지막 학기다. 세계적인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학생이기 전에, 평범한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학생이기에 지금 고민하는 것도 다른 4학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남은 학기동안 공부 열심히 해서 무사히 졸업하고, 확실히 결정되지 못한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중이다.

판사 또는 검사를 꿈꾸는 많은 법대생들과 달리 김 군은 법학교수를 꿈꾸고 있다. “물론 판사나 검사로 일하는 것도 좋죠. 그런데 대학이라는 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것 자체가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노력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며, 자만하지 않고 늘 노력하는 자세로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하는 김원각 군. 훗날 만해관 강의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