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그날까지…

  내 삶의 마당에 첫 눈이 나려…. 오랜 기다림 끝의 만남.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아픔의 시작이었다.
  하얗게 무너져 내리는 눈발 아래 이 땅의 슬픔을 본다. 시린 어깨 너머로 멀어져 가는 조국의 하늘을.
  나 이제 그대 사랑의 눈길 한데모아 새 땅위로 춤추며 흩날릴 우리의 첫 눈을 기쁘게 맞이하련다.
  동대신문사 수습기자 생활 1백80여일은 나에게 커다란 변화와 발전을 안겨다 주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기성찰과 번민 속에서 이후 활동기반이 될 이지적 비판정신과 거시적 안목을 내올 수 있었다. 
  개별적 어려움도 많았다. 詩(시)에 대한 열정과 고뇌, 과 성원으로서의 활동 미약, 사랑할 마음의 여백(?)이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생겨난 이기심과의 혈투(?)….
  늦은 시각 희뿌연 안개 속 고단한 하루를 묻어야 했다. 현실 속에 쓰러져 가는 자신을 희망으로 일으켜 세워야 했다.

  취재 수첩에 새겨지는 나의 하루하루는 통일 운동의 혼선, 노점상의 절규, 전교조 교사의 눈물, 농민ㆍ노동자의 함성, 동악의 부패한 현실 등 시대의 아픔과 민족의 설움으로 채워져 갔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하늘 아래서 이 시대 진정으로 부둥켜안아야 할 민족혼을 그려보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주체로 서기위한 나의 몸부림은 서서히 민중의 삶 속에 용해되어 가는 듯 했다.
  신문사에서 보낸 6개월의 수습생활을 마감하고 정기자로서의 새 임무를 부여받은 지금, 나는 미래에의 결의를 다진다. 나태하고 불성실한 생활태도에서 벗어나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생에 임할 것이다.
  언론이 담보해야 할 사상과 이론을 바탕으로 기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사명의 완수를 위해 분투정진하리라.
  통일의 심지 돋우어 불사르는 그날, 민족 해방과 민중 승리의 그날을 위해 이 시대 청년학도로서의 길을 가리라.
  오직 민중의 삶을 대변하고 민중의 의사를 수렴하는 불변의 정신 속에서만이 나의 발전, 동대신문의 발전은 이룩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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