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바다의 속살처럼 깨어 있으라.

  목판 위 쌓인 글만큼
  산다는 것이 대수롭잖을 터
  산다는 것이 대견하다.
  더디게 더디게 하루는 가도
  열흘은 벼락같아 형체도 없어,
  남보다 많이 살려면
  남보다 많이 죽을 일이다.
  남보다 많이 살지 않으려면
  남보다 많이 죽을 일이다.

  하루는 무인도
  바다낚시 따위와 숨 쉬는 연습
  아무도 모르게 숨을 쉬고선
  하루는 술을 마시라.
  옛 과묵한 詩人(시인)의 酒量(주량)에, 미치지 못함을 설워하며
  하루는 사랑을 하라.
  빠알간 하늘이라 주체할 수 없는
  하루는 精液(정액)을 쏟으라.
  女人(여인)의 사타구니 안에서 왜소한 몸짓 묻히도록
  하루는 시끄럽게 이야기하라.
  손끝으로, 머리로, 남들의 言語(언어)로

  그리고 사나흘 쯤은
  피곤하게 잠을 자도 좋다.
  꿈도 꾸지 않아 피곤한 잠을……

  하루는 문득
  요한계시록처럼 깨어 있으라.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