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淑島(을숙도)에 가보았는가.
  을숙도는
  갈대뿐이더군.
  하류에서 잇단 하류
  아무것도 없고 슬픔뿐.
  햇살 헤쳐 내려간 울음이었나.
  절망의 길 몇 가닥으로
  돌아오고, 돌아가고 하진 않았다.
  강의 묘혈은
  죽음에서 끝나지 않는 길
  부러움 없이 피곤 없이 골 닫는 줄 몰랐어.

  그대 乙淑島(을숙도)에 가 보았는가.
  野生(야생)같은 신라女人(여인)의 노래조차
  몇 줄기 삶으로 내려져 있고
  흔들리다가도 흔들리지 않고
  사뭇 갈대숲만 서 있는 강가
  名地(명지)의 옛 스름 까마득히 잊어버렸어.
  그야, 언제나처럼 떠나다 남기 바람결이
  가는 흐름에 뒤 모으면 오는 흐름에 있지 뭐.
  乙淑島(을숙도)를 뒤에 두고 버리지 않으려면
  두어 갈래 길이 흩어져 울고 있어야 해
  참, 흐름이 멈추는 곳
  끼룩 끼룩 물결은 낮게 흘러와
  갈대밭은 저만치서 밀려 나더군.

  사뭇, 바람만이 갈대숲으로 서걱이는
  그대 乙淑島(을숙도)
  뜬소문에 줄곧 가 보아야 했는가.
  <註(주): 名地(명지)는 乙淑島(을숙도)의 옛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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