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규(반도체과학과)교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52일만에 일억번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한류, K-pop에 연이은 우리 문화의 쾌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처음부터 한국문화에 열광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첨단 기술을 가진 휴대폰, 성능좋은 자동차,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선박 등을 만드는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뒤에서 받쳐 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강남스타일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즐겨먹는 햄버거는 먹을 것이 없던 서부개척시대에 퍽퍽한 빵 사이에 말고기를 끼워서 먹던 전통에서 비롯된 가장 미국적인 음식이다. 그런 햄버거가 현재 세계적인 먹을거리가 된 것은 단지 미국산이기 때문이다.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가장 원시적인 스시도 일본산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별로 맛도 없는 달팽이요리나 음악성없는 샹송이 일단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프랑스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음식과 문화 등은 대부분 선진국의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의 것을 받아들이지, 우리보다 잘 못사는 나라의 것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손가락만한 구더기를 살짝 구워서 먹는다고 한다. 생각만해도 징그럽다. 그러나 먼훗날 소말리아에서 최고로 멋진 휴대폰을 만들고, 날렵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전세계에 수출한다면, 우리는 한번쯤 구더기를 별미삼아 구워먹을 지도 모른다. 또 소말리아에서 만든 음악을 열심히 들을지도 모른다. 소말리아가 우리보다 더 잘 사는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이 보는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국가브랜드가치를 가진 나라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현재의 한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반도체 또한, 한국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산업중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잘 해 왔고, 앞으로도 세계 1위를 할 수 있는 공학분야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대학생들의 취업난속에서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분야가 되었다.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 때문에 연봉도 높고 일자리도 많은데도,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고 있다. 이러다가 남아 있는 경쟁력마저 상실하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걱정된다. 비단 반도체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이공계 분야도 현재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기술의 경쟁력이 상실되면,외국인에게 한국은 그저 그런 나라가 되고 한류에 대한 열풍도 같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별 볼일없는 나라의 문화나 음악을 들을 이유가 별로 없어진다. 한 때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졌던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인 예이다. 아르헨티나의 음악을 듣는 이가 주위에 별로 없으며, 음식도 잘 먹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상이지만, 싸이에게 부탁하고 싶다. 지금까지 공학이 한류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한류가 공학을 부활시켜주었으면 한다. 젊은이들에게 반도체나 기술개발에 대한 꿈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도,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노래하나 만들어 주길 부탁한다. “오빤, 반도체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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