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개혁을 둘러 싼 갈등과 몇몇 대표적 사찰에서의 부패와 비리 상황은 불교에 애정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이런 종단 모습과 불미스러운 상황은 단순히 어제 오늘의 모습만은 아니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를 지나 일제시대를 거친 한국불교의 자취를 보면 지금 종단이 겪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반복임을 알 수 있다. 해방 후 한국불교의 재건은 미군정기의 혼란과 1950~60년대의 비구·대처간의 기나긴 정화운동, 70년대의 종권분규를 거치면서 당시 자주적이고 민중과 함께 하는 민족 종교로의 의지는 겉으로만 이루어졌을 뿐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전근대적이었다.

‘10·27 법난’의 상흔 및 사회민주화의 염원과 연계된 80년대의 민중불교도 비로소 불교가 한국사회 속의 소외된 집단이 아닌 당당한 사회구성 집단임을 알리는 계기는 되었지만 여전히 종단 내부의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90년대 종단개혁운동과 개정된 종헌종법으로 이어졌으나, 이 역시 총무원장과 종정 간의 관계설정, 문중별 이해관계, 사부대중의 종단 참여 등이 결여된,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마무리되어 한국불교의 근본적 개혁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왔다.

그런 면에서 현재 종단이 겪고 있는 진통은 반세기가 넘은 숙환이다. 종정과 총무원장 간의 이중 구조가 빚어내는 혼란, 문중 내지 계파 불교가 담고 있는 갈등과 비리, 그리고 사부대중은커녕 비구만의 기형적 종단 구조 등은 여전하다. 이에 대한 표면적 해법은 현재 개혁을 외치는 종단과 그 구성원들이 쥐고 있겠지만, 이 오랜 질병이 여전히 병독을 발휘하는 이유는 긴 투병 속에 자리 잡은 종단 내 마피아 구조에 기인한다. 이는 특정 계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문중과 계파가 교계 권력과 재산에 대한 이해관계 속에 서로 협력하고 갈등하며 형성해온 이해구조다. 간혹 대외적으로 개혁적 주장을 하며 종단과 대립하는 상황도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마피아 내부의 이해 싸움인 경우도 많다.

요즘 교수였던 안철수씨가 높은 지지 속에 대선주자로 등장했다. 오랜 관행 속에 국민은 도외시한 채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정치집단에 대한 혐오가 있다. 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보면, 유치한 키취적인 연출 속에 토속적 얼굴로 춤추는 싸이는 명품으로 휘감고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강남 미남미녀들의 형식적이고 엄숙한 스타일을 빗대고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강남스타일’의 인기와 한 대학교수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생각해 볼 때 현 종단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단지 권력과 재물이라는 달콤한 꿀에 취해 벌거벗은 임금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종단의 병은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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