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S&P도 지난 14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다분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국가신용등급이 높아지면 금융사 및 국내 기업들은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할 유인도 더 커진다. 과연 어떤 점들이 이런 일을 가능케 했을까?
세계 경제가 장기간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이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재정건전성이다. 재정이 건전한 국가일수록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여력이 크기 때문에 미래가 안정적인 것이다. 최근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추가경정만은 피하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당장의 재정균형 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의(廣義)의 국가채무관리이다.
통상적으로 국가채무는 일반정부가 차입금의 주체가 되며 원리금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채무이다. 여기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각종 기금 및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가 포함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은 대략 국내총생산의 약 30% 초반대로 OECD 평균의 절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채무 범위가 국제기준에 비해 자의적이고 협소하여 국제비교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다.
보다 정확한 국제비교와 건실한 국가채무관리를 위해서는 공기업 채무, 정부출연 신용 및 융자보증기금 등 중앙은행의 준재정 활동 등을 포함해야 하며, 이를 포함할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는 두 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맞춰 공기업 신용등급을 조정해 온 피치가 한국의 공기업 12곳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보류한 이유도 바로 주요 비금융권 공기업의 부채가 최근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채무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점인가를 인식해야 한다.
한편, 국가채무관리상 공기업 부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방정부의 채무이다.
스페인의 국가재정위기는 지난 2009~2010년 사이 지방정부의 부채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해서 국내총생산 대비 16%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지방정부 채무 역시 지난 5년 사이 무려 연평균 29%의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국내총생산 대비 26% 이상이 되면서 중앙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추세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일본도 2009년 기준 지방정부의 장기부채가 198조 엔에 달해 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재정준칙을 설립하고 균형재정을 달성하여 국가채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국가신용을 높이는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출발점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등을 포함하여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채무가 과연 어느 수준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