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는 인류 생존을 위한 식량과 물, 섬유, 유전자원, 의약품, 건축재료 등 다양한 물질을 공급해 준다.

▲오충현 교수
또한 사람 외의 타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먹이와 물, 둥지 등의 재료도 제공해 준다.
근대화 이전의 지구는 많은 생명들이 조화를 이루며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주던 건강한 생태계였다. 하지만 사람의 탐욕에 의해 지구는 지속가능성에 많은 위협을 받고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더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바보에 대한 우화가 있다. 하지만 훼손된 생태계를 살펴보면 이것은 우리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고 부르던 아름다운 국토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대책없이 훼손하는 우를 범하였다. 국토개발이 포화상태인 지금도 이 관성은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 산과 강, 기름진 평야가 근대화, 산업화 등의 이름으로 신도시, 공단, 골프장으로 개발되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개발 사업들이 국가의 백년대계보다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되거나 난개발된 경우들이다.
우리 대학 캠퍼스인 동악도 비슷하다. 동악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정자를 짓고 시를 짓던 남산의 명승이었다. 하지만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동악과 남산은 아름다운 수목들이 벌채되고, 맑은 물이 흐르던 계곡도 물이 말라 건조한 숲이 되었다. 지금 우리들은 과거의 아름다운 동악에 대한 기억이 없다. 새로운 구조물과 인공적인 시설들을 오히려 동악이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동악은 당초 남산과 접한 많은 생명체들의 삶의 공간이었다. 최근 우리들은 생태 캠퍼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고민에서 당초 이 땅의 주인이었던 다른 생물들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어 있다. 폐기물 재활용, 머그컵 사용하기 등과 같은 생태캠퍼스 운동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운동과 함께 동악의 과거 주인이었던 많은 생명들에 대한 배려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 대학 곳곳에 사람의 간섭 없이 먹이를 찾고 서식처를 구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 져야 한다. 야생동물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작은 습지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들을 배려한 생태계 공급서비스 제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17%를 야생동식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우리 동악도 다른 생명체들을 위한 17%의 공간제공이 필요하다. 당초 이곳의 주인이었던 야생동물들에게 물과 먹이,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할 수 있는 동악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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