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한국 상자, 살아갈 희망을 찾아…

한국이 갈수록 자살률이 급증하는 사회임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지표가 또 다시 발표됐다. 최근 10년간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인데, 두 배로 급증했다는 것이다(2000년, 13.6% → 2010년, 28.2%).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교우관계와 부모와의 관계가 자살의 주요 동기로 등장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초중고 교사의 자살률도 지난 2년간 두 배로 급증한 교육과학 기술부 자료가 발표됐다(2010년 17명 → 2011년 31명).

얼마 전 특수 고등학교와 교원 연수 특강을 다녀온 탓일까? 급증하는 인생포기 현상은 마음 아픈 가을 편지로 날아든다. 인생은 쓴바다 항해란걸 알지만, 그래도 사노라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희망조차 포기하게 만든 건 무얼까? 그때 특강에서 만났던 학생들은 이런 고백을 했다. 예술가로 살고싶은데, 일단 명문대 돈 잘버는 전공학과에 합격해야 하는 임무, 그걸 달성하기 위해 학력경쟁에 시달리는 삶에 재미가 없다고. 교사들도 유사한 고통을 토로했다. 세상은 교사를 안정된 직업으로 보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교원성과평가 경쟁에 치여 본래 가졌던 교육자란 꿈과 보람을 찾기 힘들다고. 이건 초중등 학생과 교사에게만 적용되는 상황은 아니다. 대학생과 교수 자살률도 만만치 않다. 대학생의 경우 경제문제와 취업문제로 인한 고통을 집중적으로 토로한다. 사는게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기도 한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희망이 경쟁 과잉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만 같아 아프다.

2010년대 들어 한국영화에서 범죄영화가 상승세를 타는 것도 이와 상관관계를 갖는다. 돈을 얻기 위해 벌이는 범죄의 행진은 ‘범죄와의 전쟁’에서부터 ‘돈의 맛’, ‘도둑들’과 ‘피에타’등으로 이어진다. 돈을 목적으로 잔혹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 인물들이 짜나가는 드라마는 ‘죽거나 죽이거나’를 맴돈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 신들이 만든 최초의 여자 판도라의 상자(항아리)가 떠오른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형벌로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낸 아름다운 판도라는 열지 말라고 경고한 항아리(상자)를 들고 온다. 금기는 욕망을 낳아서일까? 판도라가 연 상자에선 온갖 악한 것들이 튀어 나온다. 놀란 판도라가 급히 닫은 상자에 남은 것은 희망이다. 이 에피소드의 신화적 상징은 “돈벌기=잘살기=행복한 삶”이란 주술로 포장한 판도라의 한국형 상자를 떠오르게 만든다. 한국형 상자를 열자 경쟁이 튀어 나왔고, 이어서 순위매기기, 상대적 박탈감, 불안과 공포 등. 인생 살 맛을 해치는 악한 기운이 주위를 장악해 버린 것만 같다. 이제라도 희망이라는 마지막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경쟁으로 유혹하는 한국형 상자를 닫기를 희망한다.

팁1. ‘아바타’에 나오는 우주적 자연이 살아있는 행성 이름은 판도라이다. 지구 자본가들이 거금이 될 자원을 얻으려고 판도라를 파괴하고 나비족을 해치는 우주전쟁 드라마는 인류의 자멸할 탐욕을 비판하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팁2. 대선을 앞두고 시끄러운 요즘, 판도라 경쟁 상자를 닫고 희망을 지켜낼 이는 누구일까? 그런 이가 제대로 판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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