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의 매력은?

‘싸이(Psy)’는 이름에서부터 큰 일을 벌일 낌새가 풍겨 나왔다. 2000년대 초 ‘Psy From The Psyco World’, 데뷔 앨범 제목에도 ‘싸이’란 말은 되풀이 된다. 흔히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정신질환자 ‘싸이코패스’를 ‘싸이코’로 부른다. 그런 칭호를 줄여 ‘싸이’라고 자신의 예명을 지을 정도면 보통 배포는 아니다.

그가 이전에 만든 곡에도 섹슈얼리티 욕망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강남스타일’만큼 단순 경쾌하진 않아도 위선적인 성 도덕률을 공격하며 욕망을 분출시키곤 했다. 이를테면 “그렇지. 그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유지. 쉬쉬할 필요는 없지…속으론 좋아도 겉으론 삿대질 누가 뭐래도…”라며 ‘I Love Sex’에서도 읊조린다. 맘에도 없는 말과 태도로 체면치레하는 일상, 상명하복으로 몰아가는 권위주의를 줄기차게 비판해 온 속사포 랩. 거기에는 시원한 솔직함과 유쾌한 놀이터 정신이 담겨있다.

그러다가 경제난과 폭염에 진이 빠지던 올 여름, ‘강남스타일 돌풍’이 한반도를 진원지 삼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간 기획사가 어리고 예쁜 여자 집단의 몸을 동원하면서 일으킨 한류흐름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 돌발적으로 일어난 신선한 사건이다. 돈 들여 기획한 무대공연과 언론 홍보를 젖혀두고 유튜브를 통한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말춤 돌풍을 일으킨 점이 그렇다. 인터넷 공간은 업체의 수익성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자유로운 소통,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건만 그 여파를 수익성과 통제수단으로 삼는 세력이 관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문맥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수익성을 넘어선 본래의 인터넷 문화 효과를 보여주는 유쾌한 사건이다.

말춤으로 대변되는 ‘강남스타일’은 욕망을 노골적 상징으로 흔쾌하게 드러내는 제스처 언어의 매력을 보여 준다. 다리를 벌린 채 두 손을 모아 상하로 흔들며 말 흉내를 내는 이 제스처 언어는 섹슈얼리티 욕망을 기호화한다. 단순한 동작과 리듬, 가사의 반복은 한국어 가사를 알아들을 필요도 없게 만든다. 말끔한 미남의 반대에 위치한 남자, 그러니까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퉁퉁하고 정겨워 보이는 랩퍼가 선글라스를 끼고 놀이터에서 거리에서 마구간에서 욕탕에서 어디에서나 말춤을 추는 모습은 웃기지 아니한가? 하하하~ 남자들, 오빠들이 이토록 솔직한 제스처 상징기호로 단순하고 흥겹게 욕망을 표현하니. 강남을 넘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이 들썩인다. 인간 본연의 욕망정서와 말이란 동물코드, 솔직하게 욕망을 털어내는 털털한 싸이의 이미지. 이 모든 요소들은 솔직한 태도와 결합한 상징적 표현의 미덕을 유머로 입증한 셈이다.

Tip : 그간 강남 코드는 한강이남 특정 지역으로, 땅 투기, 오렌지족, 명품, 성형, 학군 등등 우울한 자본주의 욕망 코드로 풀려왔다. 그러다가 ‘강남스타일’ 이후 강남코드는 온갖 지역을 내세운 흥겨운 스타일 패러디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테면 ‘영등포 스타일’, ‘엘에이 스타일’식으로 패러디 스타일 유행의 양상을 실감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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