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일 세대, 하지만 통일 얘기할 자료 없어 … 우리가 교과서 만들자!”

 
우리대학 북한학과 학생 4명으로 구성된 ‘통일교과서편찬위원회(이하 통교위)’팀이 통일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혜정(북한4), 임경은(북한3), 김나래(북한3), 이숙미(북한3) 4명의 학생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통일 문제를 푸는 방법이 지나치게 단편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실천방안을 고민했다. 고민 속에서 기존 교과서에 북한과 관련된 단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팀장을 맡은 전혜정 학생은 “통일과 북한 문제를 두고 열리는 세미나와 캠페인이 많다. 우리가 접하는 것은 거의 언론뿐이다. 하지만 언론이 다루는 문제는 단편적인 사건들이다. 언론을 통해서만 통일과 북한 문제를 바라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한번 교과서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교과서는 통일 이후의 교과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정상의 통일 교과서다. 통일 세대인 대학생들과 지금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시간이나 자료가 없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선 공론화 과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존 교과서에 통일 단원 추가
이들이 만든 교과서는 국어, 사회, 역사, 미술 총 4권이다.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의 틀에 통일과 관련된 단원을 추가시키는 방식이다. 통교위 팀은 머리말을 통해 추가되는 내용과 기존 교과서와 다른 점을 명시함으로써 통일 교육의 방향을 제안했다. 예로 사회 교과서 머리말에는 ‘단원의 내용을 ‘한반도’ 또는 ‘남북’으로 묶어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남한주민과 북한주민이 한반도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살고 있음을 인식하고 다가올 통일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통교위 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90%이상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고 응답했고, 교과서를 통한 정보습득 경험은 15%에 불과 했다. 또한, 69%의 응답자가 통일공론화 사업의 일환으로 교과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임경은 학생은 “시민들의 의견 중에 교과서가 통일을 강요하는 의견도 있었다. 무작정 당위성만 피력하는 것은 오히려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한다고 봤다. 북한이 어떤 문화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 사는 지를 알고 통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통교위 팀이 공모전에 참여하던 때는 종북 논란이 한창이던 때다. 이들 역시 공모전에서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숙미 학생은 “우리의 의도를 잘 살려서 이념논쟁을 제기하는 사람들까지도 설득하고 싶었다. 객관적인 통일 교육이 청소년 세대에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나래 학생은 “교과서의 머리말을 통해서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한 내용을 다뤘다고 명시했다. 역사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에서 이미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그래서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언어나 미술 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문제 때문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을 넣기를 주저한다면 통일 교육은 한 걸음도 나갈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양 미술, 동양 미술은 다 있는데, 북한 미술은 없다. 국어 역시 북한 문학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정치적 찬양이 없는 시나 수필들도 분명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루지 않는다.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다는 것을 외치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학과 교수ㆍ선배 덕분에 교과서 제작
역사 교과서를 맡았던 임경은 학생은 역사부분은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기존 교과서들은 한 사건을 두고도 각기 다른 시각을 견지해 어떻게 객관성을 함양해야 할 지도 고민이었다. 임경은 학생은 “전공자가 아니기에 자료조사와 단어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철호 교수님이 우리가 난해했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짚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도교수였던 고유환 교수님과 박순성 교수님 외 여러 선배들의 자문이 없었다면 교과서를 제작할 수도, 장관상을 수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통일 프로젝트 공모전은 ‘생활형 통일 운동’이 주제였다. 통교위 팀은 입을 모아 금상을 차지했던 유니트리의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말했다. “유니트리라는 팀은 북한산의 민둥산 문제를 다루었다. 북한 현지의 민둥산문제는 우리들도 공감하던 바다. 북한엔 화석연료가 부족하다 보니 작은 나무도 벌목이 돼서 민둥산이 많다. 이 때문에 산사태가 비일비재하다. 이 팀은 6~700원하는 묘목을 직접 사서 무료로 배포했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 커진 소나무를 북한에 옮겨 심는 계획이었다”고 전혜정 학생은 말했다. 통일의 꿈을 소나무에 옮겨 심고 곁에서 계속 지켜 보는 프로젝트의 과정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 기금 조성이나 물적 자원이 대규모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통교위 팀은 이런 작은 변화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

교육과학기술부, 교과서 집필위원, 정당, 시민단체, 북한전문가 등 통교위 팀은 자신들이 제작한 교과서를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이숙미 학생은 “교과부를 통해서 갔던 교과서는 청와대에도 보고됐다고 들었다.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 우리의 교과서가 통일교육에 있어 울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북한정권은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통일을 생각한다면, 비판하면서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북한과 통일을 공부하고 고민하는 자료가 없다”며 “북한에도 우리와 똑같은 말을 쓰고 피를 나눈 동포들이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 시기부터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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