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적 신인기용 높이 사 스테이지ㆍ테크닉으로 산만 극복

  ○…가을 연극 ‘시즌’을 맞아 각 劇團(극단)에서는 제각기 엄선된 作品(작품)들을 들고 나와 공연하고 있다. 극단 ‘廣場(광장)’에서는 제9회 ‘레퍼토리’로 金淑賢(김숙현)동문(68년 演映科卒(연영과졸))의 희곡 ‘바벨탑 무너지다’(전6장)를 李眞渟(이진정)연출로 지난 30일부터 5일간 國立(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新人(신인)인 金(김)동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 ‘廣場(광장)’은 작곡과 무대장치도 新人(신인)을 기용하여 대담한 시도를 했다.
  그동안 작품과 배우 기근, 무대의 전문가가 부족해 하면서도 기용을 꺼려하던 바가 劇壇(극단)의 풍조였으나 극단 ‘廣場(광장)’은 전례 없이 세 사람의 신인을 기용하므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 케이스에 해당된 신인이 작곡부문을 제외하곤 두 사람 다 여자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극작가 金淑賢(김숙현)과 무대장치가 金華子(김화자)―.
  신인을 기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 그러나 신인 기용에서 의의를 찾으려고 했으니 기획진에 우리 모두 경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은 어느 외딴, 문명이 두절된 섬 안에 자리한 평화애호원에서 이루어진다.
  주용기(李大路(이대로)분)는 애호원을 부흥시키고 교회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벌써부터 꿈꿔오던 터였다. 그러나 그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이 때 난데없이 나타난 조카, 수민(鄭正吉(정정길)분)으로 하여 선교사의 도움을 받게 되는 등 꿈은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수민은 얼마동안 이곳에 머무는 동안 여러 종류의 처녀들 틈바구니에 유독 청초하고 아리따운 마음씨의 에스터(鴻世美(홍세미)분)를 발견하고 사랑을 느낀다.
  사랑이 얼마쯤 무르익어 열매를 맺을 즈음 수민의 잔당밀수 패거리인 땅개(朴光男(박광남)분)와 왕손이(李鍾萬(이종만)분)가 나타나 자기들의 밀수목적에 가담해 줄 것을 수민에게 강요한다. 사랑과 의리의 틈새에서 고민하던 수민은 결국 새 생활을 해 나갈 것을 강조하지만 사랑하는 에스터를 죽인다고 협박했을 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각오를 하게 된다. 이 때 그 동안 누차 강형기(權成德(권성덕)분)로부터 에스터가 임신했으며 수민이 밀수단의 일원이란 얘기를 들어온 원장이 나타난다.
  이리하여 그 모든 수민의 비밀이 탄로된다. 에스터는 설움에 복받쳐 자기 방으로 뛰어올라 당황한 나머지 자살하게 된다. 에스터를 안고 내려왔을 땐 원장은 병쇄한데다 ‘쇼―크’에 그 자리에서 숨지게 됨으로 그동안 원생과 함께 기대 속에 이루려던 원장의 꿈과 욕망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는 이야기.

  인간은 실패했을 때 눈이 뜨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바벨탑 무너지다’는 좌절된 인간들이 모두 한 결 같이 의지와 갈등 속에서 바벨탑(理想(이상)의 심벌)을 향해 꿈과 욕망을 솟구치지만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이 작품의 비극성은 바로 여기 있으며 이것이 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강형기가 사감(李在貞(이재정)분)을 사랑하고 사감은 년하의 수민을 사랑한다.
  거기다 메리(李周實(이주실)분)는 밀수 패거리들과 에스터와는 대조적인 입장에서 놀아나고, 메리가 돈을 훔친 것을 에스터는 자기가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 아닌 자백을 하고, 이 섬의 주민들의 신주격인 무당이 나타나 에스터를 획책하는 등의 삽화적 얘기가 곁들여 핵심을 향해 줄달음치는데 브레이크를 걺으로써 극을 한결 승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구성 자체가 사건이 한군데 집약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펼쳐놓은 감이 있어 어수선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연출가는 율동과 음률을 간간히 삽입시키고 조명 기타의 스테이지ㆍ테크닉으로 이런 흠점을 말소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런데다 주연급보다는 주변의 메리역의 李周實(이주실)과 사감의 李在貞(이재정) 그리고 우체부, 왕손이, 육갑이 등의 상호 콤비네이션과 개성 있는 행동으로 주연들과 적응하여 작품 자체는 원래의 핵심에 이른 감이 든다.

  특히 연출가가 작품의 부족을 메우기 위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해녀의 노래’를 직접 작사해냄으로 간간히 그리고 적재적소에 삽입한 점과 조명에 있어서 이펙트ㆍ머신을 써서 원생들의 심리의 움직임을 시안으로 느낄 수 있게 명암의 물결을 이루게 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장치와 조명간의 색 배려 문제와 연기자의 기본 장식, 이를테면 등퇴장구 옆에서의 자기역의 포기 상태라든지 또는 장치의 쪽을 흔드는 경우 등은 눈이 거슬리게 했다.
  하여튼 극단 ‘廣場(광장)’의 ‘바벨塔(탑) 무너지다’를 통해 두 여류신인과 한 작곡가 李載錫(이재석)이 새로 기용되었음은 우리의 연극계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큰 수확이다. 이를 계기로 타 극단에서도 많은 무대인을 기용해야 되겠으며, 무대를 아는 극작가 연출을 아는 무대장치가 연극을 아는 작곡가가 되기를 이번 기용된 신인들에게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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