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수학자, 자연인 되다

18세기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모든 자연 현상은 그저 적은 수의 법칙에서 나온 수학적인 결과일 뿐이다”라고 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자연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정한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서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돋보기’는 다름 아닌 수(數)이다. 수학과 자연. 언뜻 보기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이러한 생각이 편견에 불과함을 농사짓는 수학자 이종춘(수학) 교수는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수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수학은 변화의 구조를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한 평생 대상의 구조를 꿰뚫어 보는 수학자의 길을 걸어온 그가 무질서 속 질서를 유지하며 변화하는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부터 동식물을 좋아했다는 그는 20여 년 전 강원도 치악산에 땅을 사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가 오면 농작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우는 등 궂은일을 하면서도 마음만큼은 즐겁다고 말하는 이 교수.

“퇴임을 하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농장을 돌볼 수 있게 됐다”며 미소 짓는 그의 표정에서 ‘자연인’의 푸른 향기가 느껴졌다.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F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소위 ‘학점을 짜게 주는 교수’이기 때문에 생긴 훈장이다. 이에 대해 그는 “충분히 수업 내용을 이해할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공부를 게을리 하는 모습을 그냥 볼 수 없었다”며 젊은 학생들이 노력하지 않고 적당히 요행만을 바라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퇴임을 하면서 그는 학생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청춘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열정을 갖고 살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올 가을 부인과 함께 에베레스트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이 교수. 자연과 함께하는 한 그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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