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태
법무법인 삼일 변호사

지난 5월 24일 대법원은 일제징용피해자들이 강제징용을 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획기적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람을 끌고 가고 노동을 시킨 기업에 밀린 임금과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은 법 이전에 상식의 승리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만으로 일제 피해자들에게 정의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을 하지 않은 많은 피해자들이 있고 이들에게 시급히 구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 기업들이 독일식 해법을 찾기를 권하고 있다. 즉, 독일 기업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동원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독일 정부와 같이 재단에 출연하여 일괄 보상을 하였다. 그 길을 통해 신속히 피해자 구제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 방식만으로 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껏 일제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사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고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 배경에는 한일청구권협정을 맺은 우리 정부와 그 후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자금을 사용하여 성장한 한국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제 피해자들은 대표단을 만들어 청구권자금을 사용한 대표적 기업인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사회적 책임을 인정받았고 그 결과 포스코는 최근 10일제 피해자 재단에 출연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제는 다른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여 그 사회적 책임을 함께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청구권 자금을 사용한 기업들이 제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식회사는 주인인 주주의 의향을 존중하여야 하므로 이들의 이익도 보호하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법인세 등의 감면을 통해 제대로 기업들이 책임을 이행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한편 이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의 경우 동아시아 평화기업이라는 사회적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일제 피해자들에게 정의가 회복되지 않은 이유는 동아시아에서 전쟁 혹은 이에 이은 냉전 탓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정의를 회복시키는 것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건설 작업이라 할 것이며 이 작업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내는 돈은 동아시아 평화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국민주권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이런 흐름은 역사의 순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일제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여 신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일제가 남긴 상처를 함께 치유하면서 새로운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 그런 점에서 한일 양국 정부와 양국 기업들의 참여에 의한 2+2 방식에 의한 재단 설립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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