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경제학전공 교수

우리나라의 장기적 경제성장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구의 고령화를 꼽는다.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의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는 점이 특히 심각한 점이다. 인구가 고령화되면 사회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노년인구는 많은 데 비해 생산 활동을 담당하는 젊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성장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에는 6명이었는데 2011년에는 1.24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의미한다.

인구학자들은 합계출산율이 2.1은 되어야 인구가 유지된다고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1983년에 합계출산율이 2.1 미만으로 하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계획사업으로 불린 출산억제정책이 1996년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으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적 변화 양상 또한 출산율에 도움이 되는 방향은 아니었다.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의 향상과 경제활동 참가의 증가 및 이에 따른 여성 근로자의 소득 상승, 결혼 연령의 지연 등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공통적으로 출산율을 낮추는 영향이 있어 왔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경제활동과 소득도 늘어나게 되는데, 결혼 및 출산 등으로 경제활동에 공백이 생기면 예전에 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이라 부른다)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꺼리거나 미루게 되는 것이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수준이나 경제활동참가율, 소득수준과 합계출산율 간의 관계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즉, 각 국가별로 보면 교육수준이 높고, 일을 하고, 소득이 높은 여성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OECD 국가들을 모두 모아놓고 보면 여성의 교육수준, 여성의 고용율, 국가의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딜레마에 빠졌다고들 말한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인구)가 줄어들 것이므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는 그 어느 때보다 장려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늘어 출산율이 더욱 저하된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고용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관찰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절로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여성들이 활발히 일하면서 기꺼이 결혼하고 기꺼이 아이를 낳는 나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를 보건대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노동시장에서 남녀의 차별을 줄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강력하게 펴는 것이다. 남녀 차별 해소나 일-가정 양립 정책이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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