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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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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사소한 불만족일 뿐현실은 우리의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우리대학 국제선센터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대각전 법당에서 영어 법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법회는 교내 구성원 뿐 아니라 점차 늘어나는 외국인에게 불교와 간화선 수행의 이해를 돕기 위해 봉행되고 있다. 2월 18일 명법스님의 법회를 시작으로 총 16회의 법회가 봉행되었으며 환산스님, 대진스님 등 국내외 저명한 법사들과 함께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 열린 법회 중 지난 달 12일, 현실 직시하기(Recognizing Reality: The Three Marks of Existence)라는 주제로 열린 선준스님의 법회를 요약 및 정리하였다.  <편집자>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 나의 스승은 항상 염원(aspiration)을 말씀하셨다. 염원은 에너지를 모으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목적에 따라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정해야 한다. 이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 그러므로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염원을 해야 한다. 짧은 명상을 통해 나의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한 때 법회를 진행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항상 “훌륭한 수행자 혹은 저명한 학자가 아닌데 내가 법회를 진행할 자격이 있는걸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 때 나의 스승 중 한 명이 이런 의구심을 없애 주었다. “왜 네가 법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여기는 거지? 법회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같이 배워나가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부서지는 것, 그것이 세상사이다
부처가 처음으로 가르친 것은 고통이었다. 고통. 부정적인 느낌을 동반하는 단어이다. 불교는 마치 고통스런 수행만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상에서 말하는 소위 고통은 좋고 나쁨, 혹은 재앙같이 결코 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사실 현실은 대개 우리의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그것을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현실의 고통은 아주 사소한 불만족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사소한 불만족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존재의 첫 번째 표시이다.

세상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특성은 무엇일까? 바로 비영속성(impermanence)이다. ‘Things fall apart’라는 책 제목처럼 모든 것이 부서지는 것, 그것이 세상사이다. 내가 입고 있는 장삼(長衫) 역시 세월이 지나면 헤지고 만다. 결국 일어나고 있는 현상, 만질 수 있는 물건 모두가 변하고 부숴 진다. 우리는 이 비영속성을 죽음을 통해 가장 뼈저리게 체험한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존재의 표시이다.

세 번째 표시는 비어있음(emptiness)이다. 방금 얘기했듯, 세상은 비영속적이다. 나의 머릿속은 어떤가? 우리의 머릿속 역시 끊임없이 많은 것이 오고 간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생각이 오고 간다. 그렇다면 이것을 왜 비어있음으로 표현할까? 비어있음은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비어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너무도 많은 것이 오고가고 그것은 결국 비어있는 것과 같다. 이것은 또한 자아 없음(no-self)으로 표현된다.

존재를 고통으로 엮는 12연기
존재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 바로 12연기(interdependent origination)의 과정이다. 12연기는 인간이 고통을 느끼게 되는 12가지 단계이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을 때 본 것, 그것은 무언가 일어나고 잠시 존재한 후 결국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세상사다. 이것을 부정하고 믿지 않는 것이 바로 어리석음(ignorance)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엄청난 무기력감에빠졌다. 수업에서는 최악의 점수를 받았고 언어부터 음식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나 자신이 “선준은 잘 할 거야. 원래 잘했으니까”라며 과거의 나에 집착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속적인 존재를 믿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투영시켰다. 이것이 형성(form)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속도가 빨라지면 물과 바람의 존재를 피부로 느낀다. 이것이 형성의 다음 단계인 의식(consciousness)이다. 당신이 인지하는 순간 피부와 물, 바람 간에 관계가 생기고 서로를 구분한다. 이것이 바로 이름과 모양이다.

이름과 모양은 서로를 구분하고 육체를 만든다. 육체에는 여섯 감각기관이 있다. 이것으로 인해 접촉(contact)이 생긴다. 무언과 접촉하기에 또한 느낌(sensation)이 생긴다. 그리고 느낌이 있기에 갈애(craving)가 생긴다. 갈애는 집착을 낳는데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잘 나타난다.
12연기의 요소를 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과 무엇이 연결 되고 어떻게 12연기가 내 머릿속에서 작용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통으로 연결되는 12연기처럼 긍정적인 요소 역시 서로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도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매일 감사함을 느끼는가? 오늘 먹었던 아침밥이 나에게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쌀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날씨, 농부들의 수 많은 노력 그리고 이 쌀을 얻기 위해 쏟는 우리 부모들의 노력까지, 거대한 과정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들이 서로 연결되어 최종의 결과를 나타낸다.
그냥 나타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복잡한 연결 고리를 통해 자신에게 오는 모든 것에 대해 우리는 마땅히 감사해야 한다.

모든 것은 각자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이 나의 이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건지, 이 의도에 따라 훗날 미래가 변할 것이다. 당신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이다. 결코 나쁜 것,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때때로, 우리를 가르치기도 한다. 고통이 생겼을 때 고통 자체를 고통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이 정말 커지는 것은 결국 당신의 생각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더 나아가 선을 행하라. 당신이 행한 선은 12연기처럼 당신을 계속해서 좋은 쪽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선준스님 프로필

△1980년 미국 콜로라도주 출생 △2002년 예일대학교 영문학과, 문예 창작학과 졸업 △2001년 네팔에서 불교 입문 △2003년 한국 무상사 국제선원 안거 참가 △2004년 흥천사(군산)에서 출가 △2006년 사미니계 받음 △2012년 운문사 운문승가대학 졸업

장익현 기자  and@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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