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너무 도덕적인 것을 요구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관심이 많다. 혁신을 요구하면서도 전통의 일부분이 되고자 한다.

사회가 비도덕적이고 전통이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하기에 과거에 집착하고 연연해 하는 것도 있겠지만 안정된 질서와 이데올로기적 가치 추구에 빠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바라나 삶의 매 순간은 당혹이며 자발적이고 유희적인 것을 좋아하는 가운데 친밀하고 쓸쓸하며 활기찬 즐거움과 고통이 함께 있는 것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당혹의 총합으로 일렁거리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그 가운데서 변화와 즐거움이 계속 유발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의 것’을 취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교에서는 진리와 도덕은 있지 않는 허상이며, 진리가 있다면 현실의 삶이 드러나는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한 가운데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타인을 위하게 된다고 생각하여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자유로운 삶을 설파해 왔다. 허구의 위장인 세상을 구원하고 변화시키는데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 혁신을 통해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고 현실적 이익의 극대화를 바탕으로 타인과 교류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나는 선사(禪師)의 고함 소리인 <할>을 좋아한다. <할>은 아무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기존의 고착된 모든 지식과 체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새로움을 여는 방법은 잘 모른다. 새로움은 안주하지 않아 자유롭고 경계를 허물고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열정적이고 공격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근거가 되는 삶을 말한다.

근대 이전엔 문제가 외부로부터 오는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현대는 모든 문제가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문제 해결도 자신의 내부에서 가능하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대하며 관습적이고 도덕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동양의 사상은 현실 그 자체를 본체로 인식하고 나아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만든 준칙에 따라 자신이 입법자인 동시에 수행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러한 자는 기존의 모든 것을 무효화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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