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캠퍼스를 위한 제언

 

건물사용자 쾌적감 존중
에너지절약의 기본 전제는 건물사용자의 건강과 웰빙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전제를 잊어버리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난 우리들이 자기 온열환경을 나쁘게 하면서까지 에너지사용을 줄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절약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원래 밝은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유리가 실제로는 블라인드에 의하여 연중 차단되고 있는 것은 모순이다. 눈이 부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치고 또 어두워지니까 형광등을 켜게 되는 에너지과소비 악순환이 유리 커튼월 건물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차양과 차광 그리고 채양과 채광
근대건축에서 지붕이 없어질 때 같이 없어져버린 처마가 가장 중요한 차양역할을 하였지만 서양에서는 처마 이외에도 창마다 셔터를 달아서 햇볕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유리창은 유난히도 벌거벗고 있는 모습-동국대 법학관 서측면과 동측면 등-이다. 창을 통한 태양에너지와 단열에 대하여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동국대 리모델링 건물같이 벽조차 유리로 세우는 현대에서는 특히 유리부분의 태양에너지조절능력이 매우 긴요하다.
선진국은 대체로 2020~2030년까지 모든 건물소비에너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오래전에 세우고 매년 규제와 정책을 강화해 오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국가 에너지소비 절감정책을 무슨 쇼 보듯이 생각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심각한 에너지소비형 도시/건물(energy guzzlers)이 넘쳐나고 대학에서조차 아무런 구체적 전략과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많은 교수와 학생들은 수업 뒤 조명과 냉난방, 시청각장치를 켜놓은 상태로 교실을 떠나고 점심때나 외출 시 컴퓨터를 켜놓은 채로 방을 떠난다. 총체적 에너지 불량조직이라고 봐도 거의 무방한 상황이다. 최근 리모델링된 건물은 더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도록 설계되고, 캠퍼스 조경은 에너지조절장치가 아니라 단지 시각적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개방되어야 할 건물의 남측 입면을 소나무로 완전히 가린 다향관은 처마가 깊어 더 이상 차양장치가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소나무들로 조경해 결국 나무들은 남쪽으로 다 기울어져 ‘날 좀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에너지관리정책 수립해야
21세기 대학 캠퍼스 에너지의 목표는 다른 모든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제로 에너지 캠퍼스 수립이다.
영국(2016년)을 비롯하여 유럽연합 여러 나라들은 2019년을 건물에너지제로 목표연도로 공표하였고, 미국도 2030년을 목표로 세웠으니 대한민국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캠퍼스라면 당연히 밖에서 에너지를 들여오지 않는 캠퍼스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연구기관인 대학교의 에너지사용 특징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에너지관리정책을 시급히 수립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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