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경제통상학부)교수
지난 5월 13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3국간에 FTA를 추진하기로 선언하였다. FTA는 경제고속도로를 건설하여 국경 장벽을 없애는 작업으로 국가간 경제통합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한·중·일 3국간 FTA 선언은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간 통상협상을 대할 때 우리는 외적인 경제적인 득실만을 계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 이면에 있는 국제정치적인 측면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특히, 자국에 우호적이며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이다.

그간 빠른 성장과 거대 중화경제권의 등장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3국간 FTA가 갖는 정치 · 경제적 의미는 대단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우리의 입장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일본과의 FTA 협상이 현재 중단된 상태에 있지만 시작된 바 있고 중국과의 FTA 협상도 이미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입장에서 3국간 FTA는 이들 국가가 동북아지역에서 새로운 경제통합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3국간 FTA는 중국이 주장해 온 바였고 그간 ASEAN국가들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기반을 다져온 일본은 이들 국가를 포함한 FTA와, 최근 미국주도의 환태평양파트너쉽협정(TPP) 참여의지를 표명한 이후에는 호주, 뉴질랜드 및 인도가 참여하는 FTA를 주장해 왔다.

동북아지역의 경제를 통합하는 의미를 지닌 3국간 FTA는 지역무역협정(RTA)으로 이를 구체화하여 협정으로 이끌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유사한 예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보자. NAFTA는 사실 1978년 미국-캐나다간 체결된 양자 FTA와 이후의 미국-멕시코간, 멕시코-캐나다간 FTA 등 3개의 양자간 FTA를 묶어 우회수출방지를 위한 원산지 규정 등 3국간 조정이 필요한 몇가지 사항에 대한 3국간 협상을 1994년 완성한 바 있다.

기존하는 양자간 FTA가 없는 상황에서 동북아 3국간 FTA를 합의해 나간다는 것은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훌륭하지만 실제 협상을 이끌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실현까지 대단히 힘든 과정을 겪을 것이라 예상된다.
FTA를 추진하는 각국의 속내는 다르다. 일본의 경우 미국주도의 TPP가 국내 농업계의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3국간 FTA는 한국 및 중국의 양해만 구하면 ‘얕은(shallow)’ FTA로 끌어 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FTA라는 경제협력 장치가 주는 정치적인 효과 즉, ‘저희’(they) 기업에서 ‘우리’(we) 기업으로 상대국민의 반감을 희석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 주도, 한국 및 인도의 참여라는 형태의 아시아 지역의 중국 포위망이 구축되어 가는 상황에서 3국간 FTA를 체결함으로써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봉쇄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국간 FTA의 실제 경제효과는 우리나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경제의 평균관세율이 제일 높고(한국: 11.7%; 중국: 9.8%; 일본: 4.7%) 상대국들이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은 유통장벽, 소비자의 자국상품에 대한 자부심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의 존재로 쉽게 시장개방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고, 중국은 거대 국영기업에 의한 시장지배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도 농업, 중소기업 등 시장통합의 거센 경쟁압력으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산업이 있는 만큼 국가간 경제통합을 통한 개방이득의 실현을 위해 협상을 신중하게 끌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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