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서울대 교수

요즘 한국 사회는 참으로 흥미롭다. 자국민의 안전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신경 써야 할 정부가 미국쇠고기 수입에 있어서 이미 다른 나라가 취하고 있는 안전기준은 버리고 오히려 수출국의 입장을 위해 몸과 맘을 바쳐 노력하는가 하면, 계층을 넘어 너와 내가 더불어 가자는 진보정치를 말하던 정당에서조차 성숙한 사회에서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가장 비민주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동안 암묵적으로만 이야기되던 조계종단 일부 스님들의 적나라한 모습의 폭로도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있어서 부처님의 동체대비는 다양한 계층이 함께 가는 진보적 가치임을 강조해 온 불자로서, 마침 광우병 관련 국제학회에 발표차 온 유럽의 한 호텔에서 CNN 뉴스로 스님들의 도박 동영상을 지켜봐야 했다. 진보적 가치와 미국과의 불평등 쇠고기 수입조건 개선 및 불자로서 승가에 대한 내 마음 등, 묘한 어울림 속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상황이 동시에 연출된 셈이다.

대립과 갈등 속에 각자의 입장에서 할 말은 많겠지만, 생각해 보면 위의 세 가지 상황을 관통하는 것은 욕망이자, 이에 바탕을 둔 집단이기심이다. 각자의 역할과 해야 할 임무를 잊은 채 그저 자신들의 개인적 욕망 채우기가 깔려 있으며, 이것이 드러났을 때 취하는 모습은 모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보호를 위해 맹렬히 대응한다. 집권자이건 진보정치 세력이건 심지어 수행자 집단이건 이들에 공통된 이런 식의 욕망은 결과적으로 사회구성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욕망하는 것에 길들여져 욕망에 삶을 맡긴 이들. 그러면서도 듣기 좋은 미사여구는 다 동원하며 살아 온 이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향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되 이들을 비난하기는 어려운 것은 이들의 모습은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욕망 속에 생겨나는 너와 나의 불필요한 고통을 없애도록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한다. 누구나 어느 집단이나 완벽하고 완성된 모습이란 있을 수 없기에 삶이란 끊임없는 과정이자 관계이다. 지금과 같이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우리사회를 위해 너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내가 만들어 가야하는 내 삶의 한 부분이다. 비록 지금의 상황에서 나 혼자만을 생각하면 혼란스럽겠지만, 조용히 성찰하고 상황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연습, 그리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행위를 통해 시대와 문화를 떠나 여전히 우리 가슴에 살아있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갈등과 대립, 그리고 혼란이 난무한 이 시대에 기득권을 가진 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이용해 더욱 더 권력과 재물에 탐착하고 거짓과 위선을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겠지만, 부처님 오신 날에 이들에 대하여 빙긋이 웃으면서 우리 서로 손잡고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가자. 깨어 있는 눈으로 너와 나의 가슴 속에 빈자의 한 촛불(貧者一燈)을 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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