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에너지캠퍼스를 위한 제언

▲  대학본관은 동서 향으로 인해 에너지 절약이 어려운 건물이다. 원래 설치되었던 멋진 차양을 1층엔 아예 제거해버렸고, 2층엔 알미늄 재질로 돼있어 미적으로 뛰어나지도 않고 차양 기능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본래 출입구의 디자인이 이 건물의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ATM기가 통행을 막고 있다.

‘제로에너지’란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외부공급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에너지절약을 넘어 에너지생산전략도 포함되어야 하는데, 오늘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일에 치중하여 생각할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자연환경과 제로에너지캠퍼스
14세기 초 서울이 조선 초 수도로 자리 잡을 때 배산임수의 위치에 궁궐들과 북촌마을이 자리 잡았고, 우리대학이 위치한 남산의 북측 기슭은 자연에너지 즉 풍수지리 측면에서 좋지 않아서 별다른 시설이 계획되지 않았다.
한양은 기본적으로 동서축을 따라 발달할 수 있는 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 자연에너지 활용에 매우 좋은 장소였음을 간파하였을 것이고 또한 분지 지형으로 인하여 물이 풍부한 장점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풍수가 안 좋은 땅이라 할지라도 인간이란 주어진 자연환경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제로에너지캠퍼스(ZEC)를 생각할 때 기후ㆍ태양ㆍ바람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대학 캠퍼스에 부여된 자연에너지와 대지조건을 잘 활용하는 일이 제로에너지캠퍼스 실현에 핵심사항이기 때문이다.
근대건축은 기후환경을 단절하였지만, 21세기 친환경건축은 기후환경을 자원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대학 캠퍼스 에너지 문제 심각
에너지 측면에서 볼 때 우리대학 캠퍼스의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전반적 배치와 건물들이 지역기후를 적절히 활용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1950년대 말에 지어진 명진관과 대학본관, 그리고 그 뒤 60~70년대에 지어진 여러 건물들은 모두 ‘세계석유위기’가 발생되기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적절한 단열이 안 된다.
건물단열이란 건물에 두꺼운 내복을 입히는 일인데, 단열이 안 된 건물은 겨울에 벽이 몹시 차가울 수밖에 없고, 난방을 해도 열이 술술 빠져나가게 되어 에너지효율이 형편없게 된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점은 최근에 지어진 건물일수록 시각적 효과에 치우쳐서 치명적 에너지 약점을 지니는 유리 면적비율이 점차 커져왔다는 점이다.
현대의 대표적 건축 재료인 유리는 햇볕을 약 90% 가깝게 투과시키므로 여름에는 그 뜨거운 태양에너지가 실내에 고스란히 들어오기 때문에 겨울 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엄청난 에너지소비를 야기시키는 지구온난화 및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100여 년의 역사문화를 아끼고 지켜 나아가야 하는 고차원 건축문화 얘기는 접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늘어만 가는 유리 벽면면적은 에너지소비를 심각하게 증가시키고 있다.

건물에너지 절감과 건축설계
에너지절감의 시작은 현황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대학이 어떤 부분에 얼마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구체적인 절감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장시간 모니터하고 개선할 수 있다. 단순히 실내온도를 규제하는 정책은 이해하기는 쉽지만 일시적 효과에 그치게 된다.
건물에너지 절감은 건물생애주기 상 에너지소비량이 거의 결정되는 건축설계단계부터 시작되어야한다.
설계단계에서 건물의 방향, 공간 대 용적비율, 외부차양과 단열, 고성능창문의 높이와 개폐방식, 틈새바람 방지책 등 주요 에너지관련 의사결정이 내려지면 건물에너지소비량은 거의 사실 90%가 결정되고 그 이후 단계에선 에너지소비량을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건물에너지절약전략이 취약한 우리대학은 성장주의인 현 MB정권의 에너지정책만 겨우 ‘전달’하여온 수준이지만, 그나마 에너지절약을 위한 건물사용방법을 알고 준수하는 대학구성원이 거의 없는 게 솔직한 현주소이다.
급기야 냉난방을 공급 에너지효율이 1/3에 불과한 ‘전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냉난방기구를 마구 설치하고 있는 ‘사치’조차 누리면서 살고 있다.

▲ 전영일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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