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욱 변호사

작년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결정이 나올 때마다 국민들에게 큰 고통과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
전체 저축은행 98개 중 1/5이 넘는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문제는 아직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데 있다.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자신의 돈으로 사업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맡긴 돈을 굴리는 곳이기 때문에 도산했을 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쉽게 파산하지 않도록 각종 규제를 받는다.
망했을 때 국민들이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하는 기업을 자기 마음대로 망하게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평소에 망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하며, 파산의 우려가 있으면 금융당국은 조속히 경영개선명령, 영업정지 등의 적기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망할 우려가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부실은 계속 커지고, 국민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부실 금융기관 경영자는 부실이 들통나기 전에 마지막 남은 고객의 돈을 꺼내서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운 좋게도 대박이 나면, 정상화되는 것이고, 안되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특히, 국민들의 돈을 맡을 수 있는 예금금융기관들은 망하지 않도록 평소에 자산건전성 관리를 잘 해야 하고, 위험한 사업에 돈을 빌려줄 수 없게 해야 하며, 대주주도 건전하게 금융업을 할 사람으로만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의 물결을 타고,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저축은행들이 위험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에 돈을 빌려 줄 수 있도록 했고, 저축은행들은 이에 편승해 위험성을 엄격히 평가해 보지도 않고 부실대출을 일삼았다. 정부는 2008년에 저축은행 부동산 PF대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여 심각한 부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저축은행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부실이 더욱 커지기 전에 신속히 경영개선명령,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저축은행 부실PF대출을 약 6조 원 어치나 자산관리공사에게 사후 정산조건으로 사 주도록 하고, 후순위채권을 1조 원 이상 발행해서 보완자본을 확충하게 하는 전혀 엉뚱한 일을 하였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부실을 감추고 시간을 벌어주는 행위에 불과하다. 후순위채권 발행은 고객들에게 부실을 전가하는 범죄행위다.
지금까지 20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부담하게 된 예금보호기금 손실만 22조원이다. 정부는 아직도 자산관리공사를 동원해 저축은행 부실PF대출을 추가로 2조5천억 원 어치나 사준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실을 다음 정부로 넘겨보려는 술책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봉책을 버리고 저축은행 부실을 일거에 정리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를 불러온 총리와 관료들을 법정에 세웠다. 우리도 정책 잘못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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