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봄의 창조적 대화론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이메일과 문자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소통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대화와 소통의 본질은 올바른 지식, 정확한 정보, 그리고 진실과 같이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고 가르침을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공유(sharing)하는 데 있는 것이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소통의 양적 증가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뛰어난 양자물리학자이자 사상가인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On Dialogue’(“창조적 대화론”으로 번역되었음)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데이비드 봄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들의 어원(語源)을 추적해 원래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에 의하면 소통이란 “뭔가를 공통된 것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즉, 정보나 지식을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가능한 정확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행위가 소통이다. 또한 그에 의하면 대화란 “말의 의미가 서로 통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대화는 반드시 두 사람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혼자의 경우에도 가능한 대표적인 소통 방식에 해당한다.

그는 대화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해 책의 상당부분에서 대화의 과학적, 의미론적 측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가 대화에 많은 비중을 둔 이유는 대화의 목적은 자신의 주장이나 가정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주장이나 가정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가운데 이러한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보는 데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의식이 어떻게 사고를 유발하고 이로부터 어떻게 의미가 형성되어 갈등을 유발하며 결국 어떻게 사회를 파편화(fragmentation)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렇게 함으로써 기존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관점에서 우리사회의 현실을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어느 분야에서도 그가 말하는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유보하지 않는 가운데 여과 없이 마구 토해냄으로써 대화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화의 가능성을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이비 대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두 참여하는 가운데 진정한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사회가 진정 발전할 수 있는 원천이다.

데이비드 봄의 창조적 대화론
 
데이비드 봄 저 / 강혜정 역
펴낸곳 루비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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