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이 둘러본 세계의 대학 ⑭ 하와이 Hawaii Pacific University

 
사실 Hawaii Pacific University(이하 HPU) 로의 선택은 어찌 보면 인연이었고, 또 다르게 보면 나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다수의 학생들과 달리 나는 토플 성적이 없었다.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지만 토플의 높은 벽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토익 성적 하나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울부짖던 나에게 HPU는 토익 성적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학이었다. 비록 선택은 다소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이루어졌지만, 결론적으로 하와이 교환학생을 타인에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큰 보람을 느꼈던 1년이었다.

소규모 수업, 학생 참여 적극적 유도
HPU는 하와이의 여러 섬들 중 Oahu라는 섬에 있다. Oahu섬은 와이키키 바다로 유명한 바로 그 섬이다. HPU는 캠퍼스가 두 개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심에, 또 다른 하나는 도심과 조금 떨어져 위치해 있다.
내가 수학했던 곳은 도심에 위치한 Downtown campus다. Downtown Campus는 해외 대학치고는 면적이 큰 편이 아니다. 파견되기 전에는 캠퍼스의 넓은 잔디 위에 누워 음악을 듣는 내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하와이의 특성 상 캠퍼스가 클 수가 없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땅값이 비싼 Downtown에 있다 보니 학교는 더욱 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HPU의 장점은 분명하다. 15명 이하로 정해진 수업정원은 외국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했다.
또 하와이는 다문화의 섬이다. 미국·유럽·아시아·아프리카 할 것 없이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은 정말 그 자체로도 즐거웠다. 수업 시간에 어쩌다가 각자의 문화 이야기라도 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신나게 자기 이야기하기 바빴고, 나는 그 말에 놀라기에 바빴던 것이 기억난다.

 
낭만적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하와이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내 생에 첫 할로윈. 그리고 처음으로 경험한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와이키키 바다 위에서 펼쳐진 새해맞이 불꽃이다. 내 생에 처음 맞는 할로윈 때 나와 룸메이트 언니는 약 한 달 전부터 들떠서 뭘 입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결론은 빨간망토소녀(Red Riding Hood). 처음에는 입기 민망했지만 나만 입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치장을 하고 나올 것을 상상하니 조금 수월했다. 지난 할로윈은 특이하게 금·토·일·월을 지냈다. 4일 동안 똑같은 빨간 망토 옷을 입고 이곳저곳 파티가 열리는 곳마다 쫓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이다. 계절 특성상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춥다. 그러나 하와이의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산타는 빨간 반바지를 입고 서핑보드를 타고 선물 배달을 한다. 하와이의 가장 유명한 쇼핑몰에서는 인공 눈이 내렸다. 진짜 눈보다 더 아름다운 하와이의 눈이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와이키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지켜본 불꽃이다. 바다 위에서 터지는 불꽃이 수면에 비춰져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냈다. 그 누구보다도 2012년을 아름답게 시작한 느낌이었다.

인종 차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곳
우선 하와이의 다문화적 특성은 나로 하여금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게 했다. 하와이는 미국과 다르다. 엄연한 미국의 땅이지만 그 문화적 요소는 미국과 거리가 멀다. 하와이의 인구 구성을 보면 아시아인 반, 다른 인종 반이다. 아시아인 중에서도 일본의 문화적 뿌리가 깊어 심지어 웬만한 식당을 가면 테이블 위에 간장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외국인에 대한 배타정신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피부색이 무의미해지는 곳, 바로 하와이다. 이런 배경을 지닌 하와이에서 지내면서 나는 편견에 무뎌졌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나는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차별이 없는 곳에서 여유롭게 지내다보니 타인의 시선보다는 내가 나를 더욱 많이 보게 되었고 내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순간에 내가 행복해지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빨리빨리’ 한국과 다른 여유로움

▲최나리(신문방송4)

하와이에서 보낸 지난 1년 간 나는 진정한 여유를 찾았다. 교환학생 파견 전, 한국에서 지내면서 또래에 비해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잠시도 내 자신을 가만두지 않았다. 두려웠다. 내가 멈춰있으면 누군가가 나를 밀치고 앞서 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하와이의 선선한 바람, 푸른 바다, 아름다운 산과 함께 여유를 찾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내리쬐는 태양아래 누워있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이러면서 자신을 돌아볼 더 많은 기회를 접했다고 생각한다.
하와이를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놀아라’ 나도 처음 두 달 가량은 뭘 해야 할지를 잘 모르다 보니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우물쭈물 거리기 일쑤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이 가장 후회스럽다. 밤에는 클럽도 가고, 외국 친구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도 가면서 많은 이들과 어울려라. 매순간을 사랑하라. 하와이는 당신이 사랑하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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