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환스님(불교대학원장)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속담도 있듯이, 우리 인생에서 친구가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 스위스 철학자 프치니센은 친구와 우정에 대해 “친구의 결점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친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 애인의 결점을 보는 사람은 그 애인을 이미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사랑은 맹목적일 수 있지만 우정은 결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정이 두터운 친구를 백년지기(百年知己)라고 하는가 보다.

한편 “적을 만들고 싶다면 내가 그들보다 잘났다는 사실을 증명하라. 그러나 친구를 얻고 싶다면 그가 나보다 뛰어나 보이도록 해라”고 한다. 사실 좋은 친구는 나의 삶을 향상시킨다. 잘못 판단할 때나 지나칠 때 충고해주는 벗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훌륭한 재목이 못난 목수를 만나는 것은 재앙이듯이, 마찬가지로 내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도 나쁜 친구를 만나면 함께 진흙탕에 뒹굴게 된다. 벗 사귐을 어찌 함부로 하겠는가.

젊은 아들이 술탄(이슬람교 국가의 군주)이 되자 걱정이 된 어머니는 “아들아! 친구를 조심해라. 그들 대부분은 너의 돈과 권력에만 관심이 있단다”라고 염려했다.
어느 날 술탄이 장사꾼의 아들을 친구로 삼자, 어머니는 그를 아침식사에 초대한 후, 허기가 질 때까지 식사를 주지 않고 정오가 되어서야 달랑 달걀 3개를 내놓았다. 둘이서 달걀을 하나씩 먹은 후, 남은 한 개의 달걀을 친구는 술탄에게 양보한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술탄에게 “그와 친구하지 말라. 그 애는 자신보다 너를 더 위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거짓 행동을 한 것”이라고 타일렀다.
다음 친구로 장군의 아들을 데려오자, 어머니는 지난번과 똑같이 달걀 3개를 내놓았다. 친구가 하나 남은 달걀을 말없이 먹어버리자, “그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 매우 이기적이어서 기회가 생기면 네 권력을 가로챌 것이다”라고 걱정하였다.

술탄이 이번에 데려온 친구는 나무꾼의 아들이었다. 그 친구는 하나 남은 달걀을 반으로 쪼개 술탄과 나눠먹었다. 어머니는 “그는 자신에게도 너에게도 정직한 사람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너에게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다”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인 수단에서 전해오는 얘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는 입으로만 우정을 가장하는 가짜 친구를 알아보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인격과 품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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