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학 개론

첫사랑, 오랜 시간 후 재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봄과 함께 다가오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마음을 사로잡을만하다. 그래서일까? 그런 사연을 다룬 ‘건축학개론’은 인기를 얻고 있다. 90년대 노스탤지어 코드가 작동하면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추억의 명곡으로 뜨는 부수적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건축학개론 수업에서의 만남, 15년 후 재회. 우연은 아니다. 여자가 첫사랑을 찾아내 만났으니까. 이제 그는 건축가가 되었고, 그녀는 이혼 후 독신이 되었다. 그녀는 죽음을 앞에 둔 아버지 돌보기에 나서 고향인 제주도 집을 개조하는 건축가로 그를 고용한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 외향적이고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프로포즈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여자. 그래서 서로 인증도 못하고 오해 속에 첫사랑은 소멸된다.
그런데 그 기억은 그리움과 함께 아쉬움 (서운함?)을 동반하며 복원된다.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던 남자는 이제 생활인이 되어 활달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움츠린 모습을 보인다. 그런 남자가 답답하지만 그래도 첫사랑을 그리워한 여자는 술기운을 빌어 투정도 부린다. “그래, 첫사랑이란게 다 그런거지~” 쓴 웃음 속에 넘길 이야기지만 걸리는 구석도 있다. 위험한 상황에 빠진 여자를 몰래 숨어보다가 도망가 버리는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런걸까? 남자라고 다 용감하란 법은 없다. 쑥맥의 첫사랑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가 주지 않으면 영화보기 재미가 반감된다.

영화는 건축학개론 첫 강의로 열리고, 종강으로 결말에 접어든다. 학교에 있으며 일 년에 두 번 첫 강의와 종강을 반복하는 나같은 사람에겐 매우 흥미로운 구성이다. 일상적 삶의 구성과 유사하니까. 강의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종강 무렵 헤어지는 친구들이 실제로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강의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 낯선 이를 만나, 같이 숙제하며 친해지고, 그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고… 생각해보니 건축학개론 담당 교수는 참 멋진 분이다. 건축에 앞서 자신이 사는 지역을 탐방하라는 숙제를 내주신 것부터 그렇다. 건축이란 집짓기인데, 그것은 공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할 것이다. 나와 그 확장으로서의 내가 사는 동네, 내가 다니는 학교, 집과 학교가 있는 나라, 한반도… 계속 연장하면 지구가 나온다. 그래서 지구환경 문제가 내 문제가 되는 것이고. 이런 철학적 우주관을 만드는 자극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숙제를 하며 사랑하는 상대를 발견하는 운도 따르니 강의란 참 멋진 기회이자 공간이다. 이제부턴 그 점도 고려하여 강의 계획을 세우고 데이트 기회가 되는 숙제를 고안해 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애의욕마저 사라질 정도로 우울한 청년실업시대, 어떤 강의는 ‘사랑학개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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