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업, 다음 생에서도 출판업에 몸담을 것”

▲ 김종규 동문

책은 역사다.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삶의 여정을 담은 것이 책이다. 출판인 김종규 동문에게 있어 그것은 역사이자 그 자신이기도 하다. 대한제국의 황실도서관이자 일본과의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던 덕수궁 중명전. 현재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실이기도 한 그 곳에서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을 만났다. 미소가 가득한 눈가와 달리 기품 있는 단호한 입매에서 김 동문의 굳은 심성이 엿보였다.



“오래전부터 가업으로 출판사를 하고 있어서 어렸을 적부터 책이 늘 가까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죠”
김종규 동문의 책과 고서에 대한 열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
가업 덕분에 책과 좋은 인연을 쌓았고,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우리대학 경제학과를 진학하게 되었다는 김 동문. 그는 학창시절에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대학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대학 다니던 시절, 매주 월요일 중강당에서 열렸던 백성욱 박사님의 금강경 특강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불교를 이론적으로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죠.”
김 동문은 불교를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정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독실한 불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묻자, 김 동문은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려운 일이야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군대 생활 같은 경우를 비롯하여 뭐든지 극복하고 나면 그 자체로 기쁨을 얻게 됩니다. 다만 기쁠 때도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며 매사에 신중함을 더하면 나무랄 게 없다”고 답했다.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인지 그에게는 늘 소년같은 웃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1964년도에 우리대학을 졸업한 후, 삼성 출판사에서 곧바로 일을 시작하며 가업을 이었다. 삼성출판사 부산지사 지사장을 출발점으로 한국 출판계에서 두드러진 역량을 발휘하며, 그의 굳은 심지대로 전심전력하여 부사장, 사장, 회장을 역임했다. 동시에 오래되고 가치 있는 책들을 직접 발로 뛰며 모았다. 1990년부터는 손수 사재와 사고를 털어 국내 최초의 출판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했다.
오로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열정으로 박물관을 세웠다는 김종규 동문.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래의 문화재가 될 유산들을 꾸준히 매입하고 보존해 왔다.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온 그가 현재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으로서 ‘문화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것은 당연한 일.
“현재 전국 900여 곳의 박물관 중 600여 박물관이 한국박물관협회에 속해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박물관도 그중 하나죠.”
뿐만 아니라 그는 외규장각 의궤를 환수할 때 정부 문화재환수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외규장각 의궤를 되찾아 일반 공개에 앞서 친견할 때,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받았다고. 그에게 문화재란 우리 민족정신의 영토나 다름없다. 빼앗겼던 영토를 다시 되찾은 순간이었다.
그의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동문은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문화유산을 영구 보전하는 것이 주 활동 목적이다. 당시 전 세계 수십 개의 나라에서 이미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라는 문화유산 보전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김 동문은 우리나라에 이 운동을 도입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을 잇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일찍이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2010년 취임 당시 문화재지킴이 회원을 1,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현재 회원은 수는 2,600여명으로 3,00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의 열정적인 행보가 맺은 결실이었다.

책과 함께 한, 그리고 함께 할 시간
김 동문의 좌우명은 ‘일생일업(一生一業)’이다. “한 평생 하나를 붙잡고 평생 출판업에 몸담았습니다. 출판박물관을 관리하는 일은 그 일의 연장선상일 뿐만 아니라 후대를 이어나가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음 생에서도 출판업을 할 것이라 말할 정도로 출판문화에 대한 열정적인 애정을 표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문화유산 캠페인을 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 여기고 앞으로의 시간과 열정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굳은 다짐이 느껴졌다.

목표 의식을 갖고 매사에 충실하게
김종규 동문에게 동국대학교는 남들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의 문화재의 약 70% 정도가 불교문화재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유산 속에 불교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불교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우리대학에 학생들은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모교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또한 그는 “종교로서만이 아니라 철학으로서 불교를 공부하면 그것은 곧 인생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불교문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동문은 후배들에게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길 것을 당부했다. “돈은 은행에 저축을 했다가 꺼내 쓸 수 있지만, 시간은 저축을 해서 꺼내 쓸 수 없습니다.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헛되지 않게 하는 목표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현재 주어진 것에 매진하는 그의 근성이 오늘의 ‘걸어 다니는 박물관’ 김종규 동문을 만든 것은 아닐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출판박물관장, 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까지 출판문화의 다방면에서 그 소임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는 김 동문.
그의 해맑은 웃음 속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노장의 열정이 엿보였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중심에 김종규 동문이 있기에 우리 문화의 미래는 밝다. 

김종규 동문 프로필

 

△1939년 출생 △1964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9년 삼성출판사 사장 △1990년 삼성출판박물관 관장 △1990년 한국서지학회 부회장 △1999년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2002년 삼성출판사 회장 △現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現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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