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주간 학풍 조성 캠페인에 부쳐

  ○…‘새 역사를 창조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총학생회 봉사부에서는 11월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을 校風確立(교풍확립)기간으로 설정, 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하여 그 善導(선도)와 봉사에 나섰다. 다음은 이 기간 중의 벌일 봉사부 활동을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으로 물어 그 진맥을 짚어 본다. 과연 ‘새 역사의 창조’는 이러한 캠페인이나 외침으로 시도되어야 하며 또 그것으로서 가능할 것인가.

  한국의 사회, 한국의 대학들이 직면하는 특수성 때문인지 일종의 부질없는 피해망상은 자가당착의 모순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의 처지도 이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학생회가 앞장서서 벌리는 캠페인의 의의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새 校風(교풍) 確立(확립)
  교풍확립이라면 이제 누구에게나 “<선도부>완장을 두른 총학생회 간부들이 등굣길에 지켜 서서 교복 착용과 배지 부착 여부만을 귀찮게 시비하는 정도의 즉흥적인 연례행사”라는 선입감으로 굳어져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그러한 사례들을 서로가 방관자처럼 보아왔다.
  이번 총학생회에서 예년의 짧았던 기일(10일간)에 비해 11월 한 달 동안을 교풍확립기간으로 정한 것은 우선 ‘즉흥적인 연례행사’의 인상을 주는 것임을 아니라는 데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풍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라는 플랜카드 게시나 유인물 배포 또 학원 정화에의 참여를 호소하는 여학생들의 리본 달아주기 운동, 학처장 급의 대동순시 등은 기왕의 방법에 비해 현저하게 진보된 점은 없다.
  다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일선 간부들의 열의를 높이 평가해 줄 수 있을 뿐이다.
  “구태여 대학에서 제복을 규제하고 여타의 사소한 일을 단속하는 것이 과연 교풍 확립에 관계가 있겠느냐”는 다분히 부정적인 의견을 감안하드래도, 이번 기간 중에 전개될 행사 중에서 몇 가지 새로운 일면도 없지 않다.
  새 동국의 발전상과 교풍 확립을 내용으로 하는 표어 현상 모집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대학 안내도 및 안내표시판 설치가 그것.
  현상 표어는 입선작과 가작 2편에 각각 상금이 주어지며 선정된 표어를 교내 곳곳에 부착할 예정인데 이러한 방법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모으게 하려는 것은 우선 새로운 노력의 흔적으로 보인다.
  또 대형 안내도를 마련하고 황건문, 운동장 입구 등 교내 7개소에 안내 표식을 세워 대학의 환경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폐쇄된 방송실을 재개, 장엄하고 패기 넘치는 교가를 계속 방송하여 ‘가슴마다 높푸른 이상’을 품게 할 예정이다.

  校內(교내) 미화 작업
  각 서클에서 부분적으로 실시되어 오던 것을 처음으로 총학생회에서 앞장서 1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다.
  서클 학회실 연구실 등의 환경정리상황을 구체적으로 관장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에서는 이미 지난 28일 대의원회에서 ‘연구실 및 서클 심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꼭 그러한 기구를 새로 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평기위원회에서는 이 기간의 최종일인 10일 각 연구실과 서클회의실의 미화 및 청결을 심의평가하게 된다. 역시 이 교내미화운동에도 포상제도를 두어 우수연구실 및 회의실을 우수상 장려상 감투상으로 구분 각각 부상한다.

  강의 시간 엄수
  휴강 풍조의 지양 및 철저한 강의시간 엄수 운동을 벌인다면 외면상으로는 바람직한 운동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보다 더 시니컬한 노릇은 없다.
  대학인들의 본분은 학문탐구(강의)에 있고, 그것은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운동이라는 형태를 빌어서 그것이 자각되어야 할까. 총학생회에서는 이 운동의 실천 방안으로 무단 휴강교수의 명단을 총학생회에 제출해 줄 것을 학생들에게 요망하는 한편 수강태도가 불량한 科(과)에 대해서는 교수가 총학생회실에 연락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물론 충분한 사전 호소와 계몽이 있겠지만 결코 개운치 못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휴강이나 강의태도의 불량함은 단편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수의 인격과 학생의 신뢰가 서로 조화되어 컨트롤해낼 문제이지 타율적으로 더구나 총학생회의 강한 태세에 이끌려 개선될 성질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자칫하면 졸속의 愚(우)를 범하기 쉬운 이 운동은 “충분한 호소와 열성 있는 봉사에서 그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욕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얼마 전에 農大(농대) 農學科(농학과)생들이 중심이 되어 벌였던 학풍 조성을 위한 새 물결운동은 이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낙서제거 운동
  혼자서 낙서를 즐기는 낙서족은 그 나름의 취미와 애교를 인정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연한 낙서의 전시, 특히 화장실에서의 낙서는 대학인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밖에 평가할 수 없다.
  총학생회의 화장실 내 낙서지우기 운동으로서의 가치 유무는 그만두더라도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 운동을 위해서는 봉사부원들이 동원되어 화장실 낙서에 페인트를 칠하고 표어를 부착한다. 이러한 작업은 학교 당국의 소속 과에서 좀 더 부지런하게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겠으나, 최선의 방법은 역시 저속한 낙서족 스스로의 자각이 선행되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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