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月(월) 강가엔 메기새끼가 곤히 잠을 자는데 나는 2月(월)이 가까이 오면 엄마한테 용돈을 타쓰기가 부끄러워진다.
  없으면 안 쓰지 뭐 하면서도 꼭 쓰고 싶은 곳이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졸업을 실감하게 되고 지금까지 타쓰던 용돈과 앞으로는 거리가 멀구나 싶다.
  내 힘으로 취직을 해서 월급을 타서 아버지께는 술이라도 한 병 사드리고 식구들 모두에게 가득히 무언가 해주고 싶다.
  지극히 평범하게만 보낸 생활 전체에 수많은 혐오감을 느끼며 평범하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을 동일시했던 대학시절, 그러나 졸업을 하며 대학 4년 동안 ‘평범’이라는 것을 배우며 그것이 지루하도록 좋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시도하여 내 생활에 어떤 희생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이기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여자로 되어가는 것일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렇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떻게 사는가가 소중한 방법론자로 머물러 있는 자신에게 감사를 한다.
  숫한 남학생에게 조금은 위축되어 지내던 교정, 이 어둡고 음울한 회색 하늘아래 새삼스레 우울해지는 것은 졸업이 내게 가져다주는 또 다른 선물일까?
  졸업 예정 증명서, 사진, 성적증명서, 신원진술서, 이렇게 시작해서 끝없이 제출되는 구비서류와 또 다른 의미의 시험을 치러야 하고 다시 졸업을 해야 하고, 졸업이 끝이 아닌 하나의 시작으로 되어야 하는데 자꾸 스산해지는 것은 나무 꼭대기에서 저녁까치가 울다가 머리 위를 지나가기 때문일까.
  다시 학교를 가기 전에는 이번이 내가 보내야하는 커다란 둘레의 객관적인 졸업이 될 것이다. 크고 작은 졸업을 앞으로는 마음속에서만 가져야 영원한 나에게 돌아가는 순간일 것이다.
  가장 보람된 한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영원으로 가기위해 자신에게 충실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매기새끼가 곤히 잠자고 있을 2月(월) 강가와 그 2月(월)이 내게 주는 선물. 나는 이 선물의 뿌듯한 중량감을 새삼 감지하며 어떤 의무감조차 기쁨으로 바꾸고 싶다.
  그리하여 學窓(학창)을 마감하며 또 다른 의미의 출발을 시도하며 곧 돌아오는 새봄처럼 싱그럽고 향기롭고 싶은 것이다. 졸업이 결코 끝이 될 수 없다. 이제까지의 배움을 기초하여 한 단계씩 높아가는 발걸음인 것이다.
  사람은 나이 40이 되어 자기의 얼굴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한다. 난 40전후의 내 얼굴에 책임을 지기 위해 이렇게 안간 힘을 쓰는 것이다.
  강물은 2月(월)로, 2月(월)로 흐른다. 2月(월)로 흐르는 강물은 짙은 회색이다. 회색은 가장 침체 되었으면서도 가장 밝은 씨앗을 품고 있다. 약속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환히 발아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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